열린마당

[신앙인의 눈] 새로운 신앙 소모임의 시도 / 이미영

이미영 발비나,우리신학연구소 소장
입력일 2022-11-15 수정일 2022-11-16 발행일 2022-11-20 제 3319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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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력으로 한 해를 마무리 짓는 마지막 주일입니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볼 때 개인적으로 이런저런 일이 많았지만, 그중 하나 새로운 것은 여성과 관련한 작은 신앙 모임을 함께하게 된 것입니다. 가톨릭성서모임이 운영하던 독서클럽에서 ‘교회와 여성’을 주제로 책을 읽고 온라인에서 나눔하는 모임을 1년 반 정도 진행했는데, 마지막 모임 후 쫑파티를 하자고 모인 자리에서 후속 모임이 꾸려졌습니다. 독서클럽 회원이던 한 수사님이 수도회에서 모일 수 있도록 공간을 내어 주신 덕분에 한 달에 한 번 그곳에서 모이기로 했습니다. ‘예여공’(예수님과 여성을 공부하는 가톨릭 신자들의 모임)이라는 모임 이름도 정했습니다. 독서클럽에 함께하던 이들뿐 아니라 이 주제에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모임을 열어두기로 했고, 먼 곳에 사는 이들을 위해 온라인으로도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연구소 활동과 관련한 모임이나 프로그램은 자주 기획해 보았지만, 이 신앙 모임은 참가자들이 주도적으로 만들고 함께 꾸려간다는 점에서 새롭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여성’을 주제로 하는 모임인데, 남성도 상당수 참가한다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연령대도 20대 청년부터 50대 중장년까지 섞여 있고, 저마다 하는 일도 다양합니다. 간식을 챙기는 것부터 모임 주제를 정하는 것까지 모임 진행에 필요한 여러 가지 일들을 서로 자발적으로 역할분담을 하니, 따로 대표나 책임자를 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모임을 홍보하고 의견을 나누기 위해 개설한 오픈채팅방에는 여성과 관련한 교회와 세상의 여러 소식이 다양하게 오갑니다.

이제 겨우 세 번 모여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이전부터 독서클럽을 통해 관계를 맺어온 이들이 든든하게 중심을 잡고 있어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11월 모임은 ‘가톨릭 성폭력 예방 지침서’를 함께 만들어보자고 했습니다. 개신교회와 해외 가톨릭교회에서는 평화롭고 안전한 교회 문화를 만들기 위해 성폭력 예방 지침서가 나오고 있는데, 한국천주교회에서는 이런 자료가 언제 나올까 하염없이 기다리지만 말고 우리 스스로 토론하며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미국에서 상담사로 일하는 참가자가 그곳 교구에서 나온 여러 자료를 공유해주어, 미리 공부해 오기로 했습니다. 이번 모임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 벌써 기다려집니다.

요즘 젊은 세대의 트렌드 중 하나는 취미 활동이나 관심사를 나눌 수 있는 소모임이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MZ세대는 혼자의 삶을 즐기는 개인주의 성향도 강하지만, 편안하게 자신의 관심과 필요를 나누는 느슨한 형태의 사회관계와 공동체를 추구한다고 합니다. 이들은 위계질서를 따지거나 많은 의무를 부과하는 조직은 부담스러워도, 각자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정서적인 지지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새로운 공동체를 원합니다. 팬데믹 이후 조금씩 일상을 찾아가는 본당에서는 기존에 운영되던 구역ㆍ반 소공동체 모임이나 레지오 모임 등 여러 사도직 단체에서 회원과 봉사자가 많이 빠져나가서 그 빈자리를 채우느라 고민이 많습니다만, 이참에 신자들의 자발적 움직임으로 새로운 소모임과 사도직 활동을 시도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마침 본당에서 교육분과장으로 봉사하는 연구소 동료가 관심사에 따른 본당 소공동체 모임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내년 부활 때부터 시작하려고 미리 소모임 참여 의향이 있는 신자들의 인원수와 모임 주제를 조사 중인데, 벌써 100명 이상이 수십 개의 다양한 모임 주제를 쏟아놓았다고 합니다. 신자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운영할 예정인데, 이런 시도는 처음이라 실제로 어떻게 될지 걱정이 많다고 합니다만 부디 잘 추진되기를 응원합니다.

이미영 발비나,우리신학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