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맡겨놓은 카페’ 시작한 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 윤요왕 센터장

염지유 기자
입력일 2022-11-01 수정일 2022-11-01 발행일 2022-11-06 제 3317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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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도 아이들 마음 다독여주고 환대할 방법 고민해야”


어른들이 미리 낸 커피 값으로
청소년에게 무료로 음료 제공
지역사회 어른들과 연대 통해
아이들 향한 환대 보여주고자

윤요왕 센터장은 맡겨놓은 카페는 청소년을 향한 어른들의 환대를 보여주기 위한 사업이라며, “교회도 이처럼 신자 비신자 구분 없이 모든 청소년들을 환대해 주면 좋겠다”고 말한다.

“‘맡겨놓은 카페’는 지역사회 어른들이 청소년에게 보여주는 환대의 모습입니다. 청소년을 향한 어른들의 따뜻한 관심과 응원의 바람이 교회 안에도 불어오면 좋겠습니다.”

재단법인 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 윤요왕 센터장(요한 사도·50·춘천 우두본당)의 제안으로 춘천시는 7월부터 청소년을 위한 ‘맡겨놓은 카페’ 사업을 펼치고 있다. 어른들이 동네 카페에 들러 청소년을 위한 커피 한 잔 값을 계산해 놓으면, 카페에 오는 청소년은 누구나 음료를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제도다.

“우리가 말로는 청소년들이 우리 미래고 희망이라면서, 중학교에 가자마자 자기 성공만 보며 달리도록 몰아붙이죠. 아이들은 꿈꿀 여유도 없고, 그나마 남는 시간에는 갈 곳이 없어서 공원이나 거리를 배회해요. 무더운 여름, 추운 겨울에 잠시라도 편히 쉴 공간을 마련해 주려고 시작했습니다.”

춘천지역 6개 기관이 합심해 7월부터 시작한 이 사업은 3개월여 만에 카페 28곳이 동참하고 있다. 어른들이 맡겨둔 따뜻한 마음은 음료 1500여 잔으로 쌓였고, 청소년들도 커피 1000잔을 소비했다. 이름 모를 어른의 호의 덕분에 음료를 마신 청소년들은 손글씨로 감사한 마음을 남기며 카페 공간을 매개로 지역 어른들과 연대를 이루고 있다. 윤 센터장은 “청소년 전용 카페를 만드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더 많은 어른이 청소년을 보살펴 주는 보편적인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20대부터 천주교인권위원회와 원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에서 일하며 사회적 약자를 숱하게 만난 윤 센터장은 “스스로 설 힘이 없는 청소년들이 유독 마음 쓰였다”며 “교회는 가장 낮은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을 해야 하는데, 그 대상을 청소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청소년을 향한 관심으로 윤 센터장은 귀농해서 지역 아동을 위한 교육 센터를 운영하고, 도시 아이들 대상으로 농촌 유학 프로그램을 실시하기도 했다.

윤 센터장은 “지역사회뿐 아니라 앞으로 교회도 청소년을 위해 문을 활짝 열면 좋겠다”면서 “청소년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소중한 존재인 아이들은 신자가 아니더라도 위로받고 환대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에는 성당이 동네 아이들의 안전망이자 돌봄망 역할을 했지만, 지금 교회는 폐쇄적으로 변했다”며 신자 비신자 구분 없이 청소년들을 위해 성당의 작은 공간이나 마당을 기꺼이 내어줄 수 있는 교회가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저 우리들만의 교회로 남아서는 안 됩니다. 성당도 지역 속의 교회가 되어서 아이들의 마음을 다독여주고 환대할 방법을 고민해야 해요. 맡겨놓은 카페와 같은 사업이 교회 안에도 널리 퍼지면 좋겠습니다. 어른에게 환대받은 그 기억으로 아이들은 분명 더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할 겁니다.”

염지유 기자 g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