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막연한 두려움 / 박민규 기자

박민규 가롤로 기자
입력일 2022-11-01 수정일 2022-11-01 발행일 2022-11-06 제 3317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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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 산하 위원회들이 공동 개최한 ‘난민은 누구인가?’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은 난민을 배척하는 큰 원인으로 ‘막연한 두려움’을 꼽았다. ‘내 밥줄을 위협하지 않을까. 내가 낸 세금이 아무 연관도 없는 저들을 돕는 것은 아닐까. 우리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지 않을까.’

물론 직접적으로 피해를 본 이들도 있겠지만 이를 일반화 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매스컴에서도 혐오를 조장하는 이미지를 종종 내보낸다. 이러한 영향으로 난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부정적인 여론으로 이어진다. 4년 전 일어난 포항 지진 때, 이주민들이 발 벗고 나서 도와준 사례가 있었지만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다.

막연한 두려움은 비단 난민에게만 적용되지 않는다. 얼마 전 일어난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노력한 선인들도 많았지만, 밑에 있는 사람을 난간으로 끌어 올리려는 이에게 여기도 비좁으니 그만 끌어올리라고 소리치는 모습도 확인됐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한 나라의 장관은 사건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주교회의는 ‘서울 이태원 참사에 대한 애도문’을 발표하며 “우리는 이 사회의 관행이 되고 일상화된 불의와 무책임의 고리를 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막연한 두려움은 단순한 무책임을 넘어 생사의 현장에서 우리 사회에 큰 아픔을 남겼다. 일상에서의 작은 배척들이 모인 결과다. 이유가 어떻고, 원인이 어디에 있든, 눈앞에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지 않을까. 막연한 두려움이 결코 사소한 도덕성에서 끝나지 않음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박민규 가롤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