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우리 교구는(3) 대전교구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2-11-01 수정일 2022-11-01 발행일 2022-11-06 제 3317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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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교육’으로 공감대 형성… ‘햇빛발전소’로 탄소중립 실천
5년 전부터 생태영성학교 운영
204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로
교구 내 11곳 햇빛발전소 세워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이 2020년 6월 13일 대전 갈마동성당에서 실시한 ‘지속 가능한 적정기술’ 교육. 교구는 교육을 통해 생태환경 실천의 공감대 형성에 힘쓰고 있다.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 제공

대전교구의 몇몇 본당은 주차장 지붕 모양이 똑같다. 아치형의 검정색 패널을 이어붙인 지붕은 태양광 패널로 만든 것이다. 태양에너지를 흡수한 패널은 전기를 생산했고, 본당에서 탄소가 배출되지 않는 환경을 만들었다. ‘탄소배출 제로’라는 어려울 것 같은 목표를 대전교구 본당들은 이미 달성하고 있었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지구를 보존하기 위한 대전교구의 노력들은 이처럼 본당 곳곳에서, 그리고 신자들의 가정 안에서 눈에 보이는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 생태환경 문제 공감대 형성 위해 ‘교육’ 집중

기후위기가 가속화되면서 ‘탄소중립’이라는 말은 교회 안팎에서 널리 쓰이고 있지만 어떻게 탄소중립을 이룰 수 있는지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생태환경을 위한 노력이 구호에만 그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교육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강승수 요셉 신부)는 2017년부터 생태영성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교구 전 신자를 대상으로 하는 생태영성학교는 회칙 「찬미받으소서」와 기후, 생태적 경제, 에너지, 먹거리, 본당에서의 실천 등 총 6가지 주제로 강의하고 마지막 시간에는 생태탐방을 한다.

생태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 신자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하고 일상의 실천으로 이어갔다. 본당 차원에서 시행되는 생태영성교육도 신자들이 생태환경을 위해 마음을 모으는 원동력이 됐다. 4주간 생태영성, 기반생태(먹거리), 경제생태(공유와 나눔의 경제), 인간생태(성숙과 성장)에 대해 배운 신자들은 그리스도인이 왜 생태환경을 위해 삶을 전환해야 하는지 깨닫는 계기가 됐다.

꾸준히 이어진 생태환경 교육은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우유팩 모으기, 아이스팩 수거, 삼베실 수세미 뜨기, 환경사진 콘테스트 등 교구 본당들이 앞다퉈 지구를 위한 노력을 실천하게 된 것이다. 병뚜껑을 모으고, 쓰레기를 줍는 작은 행동이지만 각각의 힘이 모여 지구를 바꾸는 시작이 됐다.

박명원(로사리아·관저동본당)씨는 “미사가 끝난 뒤 짧은 시간이지만 지구 살리기를 주제로 한 교육 영상을 보면서 매주 환경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생태환경 문제에 대해 신자들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천안 신부동본당 신자들이 폐식용유 비누를 만들고 있다.

■ 탄소중립 달성한 본당들

대전교구 생태환경위는 지난 9월 26일 주교좌대흥동성당에서 교구장 김종수(아우구스티노) 주교 주례로 2040 탄소중립 선언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모인 신자들은 ‘교구 내 모든 본당과 기관이 2030년까지는 전기에너지 자립을 2040년까지는 탄소중립을 실현할 것’을 목표로 삼았다. 지난해 5월 전 세계 교회에서 시작된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에 비해 뒤늦은 출발인가 싶지만, 대전교구는 이미 2019년부터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에 힘을 기울여 왔다.

2019년 2월 창립한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이사장 김대건 베드로 신부, 이하 협동조합)을 통해서다. 탄소중립을 위해 우선돼야 할 것이 에너지 전환임을 일찌감치 공감한 교구 생태환경위는 유휴부지나 성당에 태양광 패널을 보급하는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교회에서 태양광 에너지 장사를 한다”, “경제성이 없다”는 비난의 목소리에도 교구는 협동조합 운영을 멈추지 않았다. 하느님이 창조한 지구를 보존해야 한다는 간절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2019년 8월 갈마동성당 한얼관에 1호 발전소 건립을 시작으로 대전교구 성당과 수도회, 학교 등 총 11곳에 햇빛발전소를 세웠다. 협동조합이 설립된 지 3년이 조금 넘었지만 탄소중립을 달성한 본당들이 속속 생겨났다.

지난 3월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한 관저동본당(주임 김영근 야고보 신부)은 4개월 만에 본당에서 한 해에 필요한 전기를 태양광 에너지로 대체했다. 천안월랑본당(주임 곽상호 사도 요한 신부)은 2023년 한 해에 필요한 전력량의 4배를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할 것으로 예상돼, 남는 에너지로 인한 수익을 취약계층 에너지 비용 후원, 탄소중립 교육 등에 쓸 수 있게 됐다.

생태환경위원장 강승수 신부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우리는 생태 기반이 무너지면 일상뿐 아니라 영성생활이 무너진다는 것을 경험했다”며 “이것이 우리 삶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 이유이며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할 이유다”라고 말했다.

대전 전민동본당 신자들이 삼베실 수세미뜨기를 배우고 있다.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제공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