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글로벌칼럼] (112)교황청 부서장 교체가 지체되는 이유/ 로버트 미켄스

입력일 2022-10-19 수정일 2022-10-19 발행일 2022-10-23 제 3315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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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개혁을 알리는 교황령
효력 생긴 지 4개월 넘었지만
25곳 중 2곳만 새 부서장 임명
교황만이 이유 알고 있을 것

한 나이 든 사람들의 그룹이 있다. 이들 중 몇몇은 가톨릭교회가 정한 주교 은퇴 연령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들의 이름을 들여다보면 금세 이들이 교회의 중심 부서를 이끄는 교황청 핵심 부서장들임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 개혁을 완성하면, 대부분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 때부터 교황청에서 일하던 이들 나이 든 고위 성직자들을 내보내고, 비전을 갖고 열정적으로 개혁을 추진할 새 인물들로 교체할 것으로 생각했다.

교황은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를 통해 교황청 개혁을 완성했다. 새 교황령은 거의 7개월 전인 지난 3월 19일 발표됐고, 성령 강림 대축일이던 6월 5일 발효됐다. 새 교황령의 효력이 생긴 지 벌써 4개월이 넘었다.

하지만 새 교황령으로 개편된 16개 부서와 9개의 주요 기구 부서장 중 2명만이 바뀌었다. 25곳 중 2곳이다. 새 교황령 발표 이후 지금까지 교황은 기존의 교황청 인물 중 새 부서장을 임명했고, 지난 9월 26일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포르투갈 출신의 주제 톨렌티누 데 멘돈사 추기경이 교황청 문화교육부 장관에 임명됐다. 멘돈사 추기경은 올해 56세로 교황청 사도문서고와 바티칸 도서관 총책임자 역할을 맡아왔다. 바티칸 도서관 총책임자로는 교황청 가톨릭교육성 차관으로 10년 넘게 근무했던 이탈리아 출신의 안젤로 빈첸초 자기 대주교(72)가 임명됐다. 또 문화교육부 차관으로 로마 소재 요한 바오로 2세 결혼과 가정 연구소에서 가르치던 이탈리아 출신의 조반니 체사레 파가치 몬시뇰(57)이 선임됐다. 이처럼, 교황청 안에서는 ‘의자 뺏기 놀이’가 진행되고 있다.

교황청 복음화부의 경우는 어떠한가? 복음화부는 인류복음화성과 새복음화촉진평의회가 통합돼 설립됐고, 새 교황령 교황청 부서 이름 중 맨 위에 놓여있다. 복음화부에는 새 장관이 임명됐는데 바로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 신앙교리성이 부서 중 가장 높은 위치에 있었고 교황이 장관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 같은 조치로 인류복음화성 장관이었던 필리핀 출신의 루이스 타글레 추기경과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이었던 리노 피지켈라 대주교에게는 적절한 직함이 없는 상황이다. 유력한 차기 교황으로 꼽히는 올해 65살의 타글레 추기경은 복음화부의 추기경 차관으로 남아 있을 것인가? 아니면 교황청 내 다른 부서장으로 가게 될 것인가? 마찬가지로 떠오르는 신학자로 촉망받던 71살의 피지켈라 대주교는 어떻게 될 것인가? 복음화부의 2인자로 공식 임명될 것인가? 아니면 교황청의 다른 자리가 주어질 것인가?

또 교황이 신앙교리부와 주교부, 동방교회부, 수도회부 장관을 교체하는 데 얼마나 더 시간이 걸릴지도 분명치 않다. 이 부서들의 장관들은 모두 은퇴 연령인 75세를 넘겼다.

예수회 출신으로 올해 78세인 신앙교리부 장관인 루이스 라다리아 추기경은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 때부터 교황청에서 근무했다. 베네딕토 16세는 교황청립 그레고리오 대학교 교수였던 라다리아 추기경을 2008년 신앙교리부 차관에 임명했는데, 이로써 벌써 14년째 신앙교리부에서 일하고 있다.

교황청 주교부도 부서장 교체를 앞두고 있다. 캐나다 출신인 마르크 우엘레 추기경은 이미 78세를 넘겼고 12년 넘게 장관직을 맡고 있다.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의 측근으로 보수적인 그를 프란치스코 교황이 왜 은퇴연령에서 3년이 넘도록 그 자리에 두는지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하고 있다. 차관인 브라질 출신의 일손 데 헤수스 몬타나리 대주교는 올해 63세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 직후에 임명했다. 거의 9년 동안 주교부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올해 75세인 브라질의 주앙 브라스 지 아비스 추기경도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 시절 인물이다. 2011년 1월 수도회부 장관에 임명된 그는 거의 13년 동안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수도회부 차관 호세 로드리게스 카르바요 대주교도 거의 10년 동안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한 2013년 3월 스페인 출신인 카르바요 대주교를 수도회부 차관에 임명했다. 교황은 올해 69세로 작은형제회 출신인 카르바요 대주교를 수도회부 장관으로 임명할까?

마지막으로 동방교회부 장관 레오나르도 산드리 추기경은 15년째 장관직을 맡고 있다.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교황청 외교관으로 경력을 쌓아온 산드리 추기경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시절부터 막후 실력자로 교황청에서 일해 왔으며, 다음 달 79세가 된다. 동방교회부 차관은 이탈리아 출신의 조르지오 데메트리오 갈라로 대주교로 2년 전 임명됐다. 하지만 그는 내년 6월이면 75세가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언제쯤 고령인 교황청 부서장들을 모두 바꾸게 될까? 최근에 보여준 교황의 업무 방식을 보면 교황만이 그 시기를 알 수 있다. 때문에 교황청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몇몇은 미래를 우려하기도 하고 대부분 의기소침에 빠져 있다.

로버트 미켄스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 International) 편집장이며, 1986년부터 로마에 거주하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11년 동안 바티칸라디오에서 근무했다. 런던 소재 가톨릭 주간지 ‘더 태블릿’에서도 10년간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