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대구 계산주교좌본당, 113년 만에 종 교체한다

우세민 기자
입력일 2022-10-12 수정일 2022-10-12 발행일 2022-10-16 제 3314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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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보존과 안전 위한 조치
내년 봄에 새 종 설치 예정
옛 종은 박물관 전시 계획

대구 계산주교좌성당 왼쪽에 있는 큰 종(왼쪽 사진)과 성당 외부 전경. 원으로 표시한 종탑 맨 윗층에 종이 있다. 양쪽 종탑 가운데 왼쪽에 주로 사용되는 큰 종이, 오른쪽에 주님 부활 대축일 등 필요에 따라 사용되는 작은 종이 있다.

113년 동안 아름답게 울려 퍼지던 대구 계산주교좌본당(주임 김흥수 실바노 신부)의 종(鐘)이 교체된다. 새로운 종은 내년 봄에 설치되며, 기존 종은 건립 예정인 대구대교구 박물관(가칭)에 전시할 계획이다.

현재 성당 왼쪽 종탑의 큰 종은 1908년 제작, 이듬해인 1909년 봉헌됐다. 오른쪽 종탑의 작은 종은 1900년대 초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오랜 시간 사용된 만큼 두 종 모두 노후화가 심하다. 표면이 갈라지고, 깨지거나 부식된 곳이 많다. 종의 보존과 안전을 위해 약 5년 전부터 종을 교체하자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다. 올해 3월 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의 제안에 따라 교체 사업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본당은 4월 종 교체 위원회(위원장 권재우 요한 세례자)를 구성하고 주임 김흥수 신부와 함께 사업을 구체화했다.

새 종 제작은 대전교구 대흥동주교좌성당과 합덕성당 등의 종을 제작한 바 있는 프랑스 파카르(Paccard)사가 맡는다. 크기는 기존 왼쪽 종과 동일한 큰 종 형태로 제작된다. 왼쪽 종은 ‘초대 교구장 드망즈 주교를 기리는 힐데가드종’, 오른쪽 종은 ‘초대 주임 김보록 신부를 기리는 아우구스티노종’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왼쪽 종은 지금처럼 종지기가 직접 종을 치는 방식이 유지되며, 오른쪽 종은 자동으로 타종될 예정이다.

본당은 이번에 새 성당 종을 만들면서 음악 종 ‘까리용’(Carillon·여러 개 청동 종으로 구성된 악기), 그리고 까리용을 설치할 새 구조물 제작에 들어갔다. 새 구조물은 내년 새 종 설치 시점에 맞춰 옛 사제관 자리인 지금의 정자 위치에 들어서게 된다. 본당은 순례자뿐 아니라 여행자들이 많이 드나드는 성당의 위치적 이점을 고려해 까리용이 설치되는 구조물을 지역선교의 새 구심점으로 만들 계획이다. 구조물은 2층 규모로, 옛 사제관 모습으로 복원한다. 구조물에는 25개의 까리용이 설치돼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하는 공간으로 꾸민다. 구조물 오른쪽에는 일명 ‘이인성 나무’로 유명한 감나무가 있어 계산주교좌성당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김흥수 신부는 “계속해서 이 좋은 종의 소리를 통해 복음이 전파될 수 있으면 좋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와 희망으로 기도하면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까리용 음악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을 느끼고 행복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계산주교좌본당은 새 성당 종과 까리용, 구조물 제작에 필요한 기금 마련을 위한 홍보에 나섰다. 기금을 봉헌하는 모든 이의 이름은 종탑 벽면의 동판에 새겨지게 된다. 계산주교좌본당의 새 종 봉헌에 참여할 뜻이 있는 분은 본당 사무실(053-254-2300)로 문의하면 된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