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길의 성모 재속 수도회(하)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2-10-05 수정일 2022-10-05 발행일 2022-10-09 제 3313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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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의견 고려해 개별 사도직 수행

길의 성모 재속 수도회는 개별 사도직을 수행한다. 노인들의 벗으로 살아가는 사도직을 택한 회원도 있다.

길의 성모 재속 수도회는 공동 사도직을 갖지 않고 개별 사도직을 수행한다. 이 점이 창립 당시 다른 수도회들과는 뚜렷하게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이다. 물론 회원들이 특별히 원하는 경우에는 공동 사도직 활동이 가능하지만 개별 사도직을 항상 우선으로 한다.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좀 더 빠르게 세상으로 나아가고 이동하며, 사도직의 종류와 장소를 필요에 따라 원활하게 변경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또한 개성이 중시되는 현대사회에서 회원들의 자발적인 순명을 위해서 회원 각자가 지닌 장점과 원의를 존중해 사도직을 수행하게 한다. 그럼으로써 더 행복하고 만족한 수도생활을 하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각자가 선택한 사도직에는 합당한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 자신의 사도직이 교회, 복음 선포, 그리고 세상의 구원을 위해서 얼마나 잘 이행되고 있는지 수도회의 철저한 감독과 시험을 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각 회원들의 투명한 재정보고를 통해 공동체적 연대와 서로에 대한 신뢰를 확인한다.

수도회 초창기에는 초대 총장을 중심으로 주로 이냐시오 영신수련을 지도했다. 이냐시오 영신수련은 세상 한가운데에서 사도직을 수행하는 회원들이 스스로를 하느님으로 무장하는 기초 영성이다. 스스로 이 영성을 살아갈 뿐만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 역시 이 영신수련을 통해 하느님의 사람으로 살아가도록 돕는 것을 기본 사도직으로 수행한다.

1936년 창설 당시만 해도 ‘여성’이라는 점이 다양한 분야의 활동에 제한을 받게 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기점으로 교회는 세상과의 소통에 문을 활짝 열었고, 현대사회는 여성들의 참여로 많은 변화를 이루기 시작했다. 사도직의 영역도 의료, 법률, 상담 분야를 포함해 복음선포를 위해 사회 참여가 필요한 거의 모든 분야로 넓혀지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영어교육을 통한 청소년 신앙교육 사도직, 노인마을에서 노인들의 벗으로 살아가는 사도직, 노동하면서 기도하는 사도직, 보다 고요한 곳에서 성체 앞에 현존하는 사도직 등을 수행하고 있다.

복음선포를 위해서 그것이 복음적이고 수도자적인 접근방식이라면 어떠한 일도 사도직 활동의 영역으로 삼는다. 앞으로도 새로운 회원들은 각자의 장점과 능력 그리고 교회 안에서의 필요성을 고려하여 자신만의 고유한 사도직을 모색하게 된다. 수도회와 모든 구성원들은 공동체적 연대성으로 서로를 지지하고 각자의 사도직 안에서의 과제를 함께 고민할 것이다.

인류 역사와 교회의 역사를 모두 통틀어 그 어느 때보다 급변해 온 지난 세기 속에서 창설되고 성장한 길의 성모 재속수도회는 다양성의 복음적 활용을 위해 교회와 함께 고민과 노력을 계속해 갈 것이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