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글로벌칼럼] (111)시험대에 오른 프란치스코 교황의 인내심/ 로버트 미켄스

입력일 2022-10-05 수정일 2022-10-05 발행일 2022-10-09 제 3313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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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단 외치는 교황과 달리
러시아는 핵무기 꺼내며 위협
대부분 승패 결과 기다리지만
교황은 인내와 자비를 요청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진행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그 누구의 편을 들려 하지 않고 있다. 전쟁 시작 직후부터 침략국과 침략을 이끌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교황에 많은 사람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역자 주: 교황은 10월 2일 삼종기도를 주례하며 처음으로 ‘러시아 연방 대통령’을 향해 전쟁 중단을 호소했다.)

하지만 전 세계의 종교나 정치 지도자들 중에서 교황만큼 이 피비린내 나는 전쟁의 종식과 평화를 외친 이도 없다. 교황은 ‘순교를 강요당하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편에 서서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전쟁 중단을 외치고 있다.

교황은 지난 9월 21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일반알현 중 특별히 가슴 찢어지는 호소를 했다. 교황은 전날 교황 특사 자격으로 우크라이나에 4번째 방문 중인 교황청 애덕봉사부 장관 콘라드 크라예프스키 추기경과의 전화 통화 내용을 전했다. 최근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의 차량이 총격을 받았다.

교황은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전쟁의 야만성, 흉측하게 무너진 건물, 고문당하고 죽은 많은 이들에 대해 이야기했다”면서 “고귀하게 순교를 받아들이는 이 우크라이나 국민들과 하나가 되자”고 당부했다.

교황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악화되는 것들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 와중에 푸틴은 핵무기 사용 카드까지 거론하며 위협하고 있다. 교황은 이날 마찬가지로 러시아에 대한 언급 없이 “몇몇 사람들은 지금 핵무기 사용까지 생각하고 있는데, 이는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

익히 알고 있듯이, 교황은 이 전쟁의 종식을 염원하고 있고, 이를 위해 모욕을 무릅쓰며 어떤 일이라도 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평화를 외치고, 우리 대부분이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 ‘인류는 흑과 백, 빛과 어둠, 선과 악, 승자와 패자로 구분될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것뿐이다. 우리는 인정하든 하지 않든 밀과 가라지로 뒤섞인 세상에 살고 있다.

교황은 지난 2014년 7월, 삼종기도를 주례하며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주님께서는 기다릴 줄 아신다. 인내와 자비로 우리 삶의 자리를 바라보시며 악을 행하는 우리를 지켜보시지만, 또한 선이라는 씨앗이 성장할 수 있도록 믿고 기다리신다. 주님께서는 인내로우시고, 기다릴 줄 아신다.”

교황은 모든 사람, 교회를 포함한 모든 기관과 나라에 선과 악의 요소가 둘 다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교황은 쓰디쓴 불화나 잔혹한 갈등 상황에서도 인내와 자비를 요청하고 있다. 교황은 언제나 가능한 모두가 이길 수 있는 해결책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중 많은 사람들, 특히 선진국에 사는 사람들은 경쟁을 통한 물질적이며 구체적인 성공을 추구한다. 우리는 이기길 바라며, 어떤 경우에는 이를 위해 모든 수단을 쓴다. 모두가 이길 수 있는 ‘윈윈’은 우리에게 잘 통하지 않는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관념은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서도 지배적이다. 그 누구도 비기길 바라지 않는다. 분명한 승자를 원하는 것이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렇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분명 이는 교황에게 현재 가장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로버트 미켄스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 International) 편집장이며, 1986년부터 로마에 거주하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11년 동안 바티칸라디오에서 근무했다. 런던 소재 가톨릭 주간지 ‘더 태블릿’에서도 10년간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