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인공지능에 대한 성찰 「필요한 휴머니즘을 향하여」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2-10-04 수정일 2022-10-05 발행일 2022-10-09 제 3313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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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축복의 도구인가, 인류의 감옥인가

인공지능의 반란을 소재로 다룬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1968년) 한 장면. 영상 갈무리

교황청 문화평의회/238쪽/1만 원/수원가톨릭대학교출판부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인공지능, 신경과학, 유전학 등 과학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인류는 이 오래된 질문 앞에 다시 섰다. 이 고민의 답을 찾아가기 위해 세계의 석학과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세미나를 열고 성경의 휴머니즘에 관해 논했다. 바로 2021년 교황청 문화평의회(현 교황청 문화교육부) 총회다.

책은 문화평의회가 지난해 10월 21일 로마에서 ‘필요한 휴머니즘을 향하여’를 주제로 개최한 총회에서 발표한 강연문들을 모았다. 총회가 ‘인공지능’에 관심을 기울인 만큼, 책은 인공지능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 이 성찰을 비전문가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로 풀어낸 점이 특징이다.

인공지능의 발달은 인류 사회를 형성해온 가장 기본적인 생각의 틀을 뒤흔들어 버릴, ‘인간적인’ 삶을 무너뜨릴 잠재력을 동반하고 있다. 동시에 인공지능이 인류사회의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는 통념이 많은 이들 안에 자리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인공지능이라는 양날의 검은 지난 10년 국제기구들과 각국의 정부, 학계 등에서 가장 주목받은 주제 중 하나다. 하지만 정작 대중이 인공지능에 대해 성찰하지 않는다면 인공지능은 인간을 억압하는 또 다른 감옥이 될 수도 있다. 책이 인공지능에 대한 전문가들의 강의를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전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책은 인공지능과 관련해 의식, 인간본성, 법, 윤리, 사회, 청소년, 교리 등에 관한 다양한 문제를 고찰한다. ‘디지털 기술 발전이 미치는 청소년 가치관의 변화’에 관한 교황청 문화평의회 위원 이성효 주교(리노·수원교구 총대리)의 발제도 실렸다.

또한 인공지능에 관한 논의에 머물지 않고 신경정신학, 생태학, 유전자편집 기술 등 인공지능과 더불어 현대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는 여러 요소에 관해서도 다루고 있다. 교황청 문화평의회는 지난 2017년에도 ‘4차 산업혁명과 인류의 미래’를 주제로 총회를 열고 신경과학, 인공지능, 유전학 등 우리 시대의 현안을 살핀 바 있다.

책은 나아가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휴머니즘으로 ‘성경의 휴머니즘’에 초대한다. 이 휴머니즘은 그리스도교 인간학을 바탕으로 한 휴머니즘이다. 그러나 책은 성경의 휴머니즘을 정의하지도, 성경이나 교리를 직접적으로 가르치지도 않는다. 다만 가톨리시즘을 바탕에 두고 비신자까지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이야기하고 있다.

교황청 문화평의회 의장 잔프랑코 라바시 추기경은 한글판 서문에 “2021년 총회는 휴머니즘의 위대함을 모색했으며, 어떻게 이 휴머니즘이 새롭고 창의적인 대응책을 제공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면서 “성경의 휴머니즘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적절한 방법으로 새롭게 발견하고 지혜롭게 적용할 때 오늘날 인류의 미래에 대한 염려스러운 물음들을 대면할 가장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