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 (19)신다윈주의는 과연 완벽한 진화론인가?①

김도현 바오로 신부(서강대학교 교수)
입력일 2022-09-28 수정일 2022-09-28 발행일 2022-10-02 제 3312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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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는 진보 아니라 다양성의 증가… 변이 과정 그 자체일 뿐
대진화 전체 과정을 설명하는
통합적 이론 아직 나오지 않아
자연 선택으로 새로 출현한 종
더 진보한 종으로 보기 어려워

떼이야르 드 샤르댕 신부(왼쪽)와 스티븐 제이 굴드.

저는 지난 글을 통해 분자생물학 및 집단 유전학이 크게 발전한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한 종 내에서 다양한 변이가 생겨나는 단기간의 진화 과정’을 많은 개체수, 변이 및 선택이라는 요소들을 통해 설명하는 경우는 분자생물학적 관점을 포함한 신다윈주의에 의해 대단히 잘 설명되고 있는 중이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에 덧붙여서 과거에 있었던 공통의 조상 종에서 새로운 후손 종들로의, 즉 ‘한 종으로부터 다른 종으로의’ 진화 과정 역시도 분자생물학적 작업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이 가능한 상황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개신교의 창조과학 지지자들은 이 내용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지만) 침팬지와 인간은 2000년대 들어서 DNA 유전 염기 서열의 분석을 통해 살펴볼 때 서로 간에 아주 유사한 (95~99% 동일한!) DNA를 갖고 있음이 수차례 확인되었습니다. 그래서 현재 침팬지와 인간은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다른 종들이라는 결론에 다다른 상태에 있습니다. 그리고 아프리카의 차드에서 발견된 화석을 통한 연구에 따르면 침팬지와 인간이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시점은 대략 600~700만 년 전으로 추정되고 있는 중입니다. 이렇듯이 과거에 있었던 공통의 조상 종에서 새로운 후손 종들로의 진화 과정을 흔히 ‘대진화’(macroevolution)라고 부릅니다.

참고로, 우리가 대진화에 대해 쉽게 오해하는 부분은 ‘언젠가 머나먼 미래에 침팬지에서 사람으로 진화하지 않을까’하고 상상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진화는 다윈이 「종의 기원」을 출판한 직후부터 많은 이들이 오해했던 것인데요, 이러한 진화는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이미 다윈은 설명했습니다. 침팬지는 수만 년이 지나도 좀 더 진화된 침팬지 내지는 침팬지로부터 갈라져 나간 다른 새로운 종이 될 뿐 우리 같은 사람이 되지는 않습니다. 다시 말해서, 한 공통의 종에서 일단 개개의 종으로 분화된 이후에는 그 개개의 종이 서로 다른 종으로 진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개구리가 수만 년 뒤에 악어나 새가 될 거라는 식의 일반인들의 상상은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단지 “개구리와 악어, 새는 공통의 조상 종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할 수 있을 뿐입니다. 다윈은 바로 이러한 종의 기원과 분화를 ‘생명의 나무’(tree of life)라는 그림으로 그려서 설명했습니다. 나무의 가지들은 일단 갈라져서 자라면 그 가지들이 서로 다시 붙는/결합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다윈은 나뭇가지 그림을 활용해서 종의 기원과 분화를 시각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죠.

이렇듯이 다윈은 「종의 기원」을 집필할 때 대진화의 과정, 즉 한 공통 조상 종으로부터 다른 새로운 종들로의 진화 과정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일반인들은 진화론이 다윈의 목표에 이미 완전히 도달한 것으로 현재 믿고 있는 상황에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정말로 그럴까요?

현재까지의 연구를 살펴보면, 대진화에 관한 학문적 완성은 일반인들의 예상과는 달리 아직 갈 길이 먼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진화론에 있어서 대단히 심각한 점은, ‘대진화의 전체 과정’에 관해 권위 있게 설명하는 통합적 이론이 아직까지 제대로 존재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진화와 관련해서 진화론 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여섯 가지 중요한 질문들에 대해 아직까지 속 시원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 있습니다:

1. 진화는 진보와 동일한 개념인가?

2. 진화의 속도는 점진적인 것인가 아니면 급격한 것인가?

3. 진화 메커니즘과 생명 현상은 분자생물학의 대상인 유전자 수준으로 환원될 수 있는가?

4. 생물의 형질은 자연선택과 얼마나 관련이 되어 있는가?

5. 개미나 벌 등에서 보이는 협동이라는 현상은 진화의 결과인가?

6. 신다윈주의만이 성공한 진화 이론인가?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 발표 전인 1837년 연구 노트에 그린 ‘생명의 나무’ 스케치.

이제 첫 번째 질문인 ‘진화는 진보와 동일한 개념인가?’에 대한 학자들의 견해를 간략하게 소개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진화론 학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역시도 고민하는 내용일 것입니다. 우리가 ‘진화’라는 말을 접할 때 가장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는 바로 ‘진보’(progress)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진화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과거보다 미래에 점점 더 좋아지는/발전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믿고 있죠. 몇몇 진화론자들은 진보라는 추상적인 표현보다 더 구체적인 과학적 개념으로 ‘복잡성’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기도 합니다. 이들에 따르면, 진화는 복잡성이 증가하는 과정인 것이죠.

복잡성의 증가로서 진화를 해석한 단적인 예로는 베이징 원인(Homo erectus pekinensis)을 발견한 탐사대를 이끌었던 예수회 신부 피에르 떼이야르 드 샤르댕(Pierre Teilhard de Chardin, S.J, 1881~1955)을 들 수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저서 「인간 현상」(Le Phénomène Humain)을 통해 시간의 흐름에 따른 의식의 복잡화의 증가라는 개념을 이용하여 물질, 생명, 인간, 초의식으로의 진화 과정을 당시의 물리학 및 진화 생물학의 개념들을 빌려 일관되게 통합적으로 설명하려는 전대미문의 시도를 하였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떼이야르 신부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이 계시죠.

하지만 떼이야르 신부님을 비롯해서 ‘진화’를 ‘진보’와 거의 동일한 의미로 보는 소위 정향진화론(orthogenesis)의 관점을 주장한 학자들은 20세기 이후 신다윈주의 학자들로부터 크게 비판을 받게 됩니다. 단적인 예로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 1941~2002)는 정향진화론적 사고를 맹렬히 비판하면서 “진화는 진보가 아니라 다양성의 증가일 뿐이며, 최종 목적도 방향성도 없는 변이 과정 그 자체”라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하였습니다. 현재의 많은 진화론자들은 굴드의 견해를 지지하는 입장입니다.

김도현 바오로 신부(서강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