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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의 집 돌보기-생태적 회개의 여정] (7) 생태 교육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22-09-21 수정일 2023-01-18 발행일 2022-09-25 제 3311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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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조물과 함께 사는 ‘공동의 집’이라는 의식 일깨워야
생태적 회개를 통한 개인적인 변화
세상 바꿀 수 있는 근본적인 힘
환경에 대한 연대와 책임 교육 통해
지속가능한 생활로의 변화 이끌어야

라테라노 대학에 생태관련 학과 개설
세계교회 곳곳 다양한 생태 교육 전개
한국교회 역시 「찬미받으소서」 토대로
생태 영성 학교 비롯한 생태 교육 활발

대전교구 주일학교 학생들이 9월 17일 대전 갑천 자연 하천 습지에서 ‘줍깅’을 하고 있다.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제공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플랫폼’ 행동 목표 5

“생태 교육은 생태적 의식과 행동을 육성하기 위해 통합적 생태론의 정신에 따라 교육 과정과 제도적 개혁을 제고하고 개선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한 행동은 모든 이가 공평한 교육을 받을 기회를 확보하고 인권을 증진하며, 공동체 안에서 「찬미받으소서」 정신을 증진하고, 생태적 지도력과 생태 복원 활동을 격려하는 것입니다.”

“생태 교육은 신비이신 분을 향한 도약을 이루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이렇게 강조한다. 회칙 210항과 211항에서 교황은 “법 규범이 의미있는 지속적 효과를 거두려면,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적절한 동기 부여로 이를 받아들여 개인적인 변화를 이루도록 해야 하고, 확고한 덕을 기르는 것에서 시작할 때 사람들은 비로소 생태적 사명에 헌신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교황은 생태 시민 의식 형성을 목표로 교육이 이뤄지고, 이는 습관 형성에 이르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같은 생태 교육이 국내외에서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고,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9월 18일 서울 우면동성당에서는 ‘찬미받으소서’ 주제 강의가 이뤄졌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의 ‘생태 교육’이었다. 이날 강의는 코로나19로 지난 1월 실시하지 못한 레지오마리애 전 단원 교육을 위해 진행했지만, 강의에는 단원들 이외의 신자들도 참여해 70여 명이 함께했다. 특강에서 신자들은 「찬미받으소서」 반포 배경과 메시지, 실천 사항 등을 듣고 관련 영상을 시청했다. 수업에 참석한 김영한(요셉)씨는 “죽은 새 배 속에 플라스틱이 가득 찬 영상을 보며 부끄럽고 반성부터 했다”며 “환경을 살리기 위한 행동을 실천해야겠다”고 밝혔다.

#9월 17일 대전 갑천 자연 하천 습지에서는 초중고 주일학교 학생들이 구령에 맞춰 EM(Effective Micro-organisms·유용 미생물) 흙공을 던졌다. “준비됐나요~ 하나 둘 셋!” 소리에 하천에 공을 던진 학생들은 유용 미생물이 물을 정화하고 자연 하천이 유지되길 기도했다. 학생들은 이날 돌아다니며 쓰레기를 줍는 ‘줍깅’도 펼쳤다. 중학교 1학년 허승원(토마스)군은 “9월인데도 엄청 더워 지구 온난화가 심해진 걸 몸으로 느꼈다”며 “돌아오는 길에 쓰레기가 없어 뿌듯했다”고 말했다. 줍깅과 EM 흙공 던지기는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가 마련한 자리로, 위원회는 10월에도 보문산에서 학생 대상 생태 탐방 교육을 진행한다.

9월 17일 대전 갑천 자연 하천 습지에서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가 진행한 유용미생물 흙공던지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과 가족들이 공을 던지고 있다.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제공

교육으로 생태적 회개

이처럼 교회가 성인·어린이 할 것 없이 생태 교육을 펼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교육이 의식과 사고를 바꾸고 생활양식을 변화시키며, 사회와 세상의 변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프란치스코 교황은 「찬미받으소서」에서 생태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교황은 211항과 212항, 215항에서 교육은 생활양식의 참다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고, 이를 통한 행동은 사회에 선을 퍼뜨려 우리가 가늠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결실을 가져온다며 “근본적인 변화를 바란다면, 사고방식이 우리 행동에 실제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학교와 가정, 정치와 여러 사회단체들, 모든 그리스도인 공동체에 생태 교육을 당부한다. 그 방향에 대해서는 연대와 책임, 연민에 바탕을 둔 배려를 함양하는 교육, 환경에 대한 책임 교육, 아름다운 것을 경탄하며 음미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교육 등을 언급한다. 교황은 이 같은 생태 교육은 강박적·집착적 소비주의와 개인주의를 극복하고 ‘생태적 회개’를 이끌어 공동의 집 돌봄, 지속가능한 생활양식으로의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며 교육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과 이웃, 살아 있는 모든 것, 하느님과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설명한다.(「찬미받으소서」 202~221항 참고)

성 카테리 보호 센터 설립자 빌 제이콥스씨가 8월 16일 성 카테리 서식지로 등록돼 있는 미국 뉴욕 성 요셉 수녀회 마당에서 성 카테리 보호 센터 교육 프로그램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찬미받으소서」로 생태 교육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 확산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 당부는 전 세계에 생태 교육의 필요성을 인식시켰다. 그동안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1990년 ‘창조주 하느님과 함께하는 평화, 모든 피조물과 함께하는 평화’,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의 2010년 ‘평화를 이루려면 피조물을 보호하십시오’ 등 교회는 여러 회칙과 담화를 발표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를 2015년 「찬미받으소서」로 집대성했다.

그 결과 공동의 집 돌봄에 관한 공감대는 크게 확산됐다. 생태환경 분야에서 오랜 기간 사목한 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장 양기석(스테파노) 신부는 “「찬미받으소서」는 신앙이 없는 환경 활동가·전문가들에게조차 공동의 집 돌봄이 인간에게 주어진 사명 중 하나라는 자존감을 고취시켜줬고, 신앙인들에게도 몇몇 관심 있는 신앙인이 하는 활동이 아니라, 신앙인의 본질이라는 점을 확인시키는 근거가 됐다”고 말했다.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세계교회에서는 다양한 생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교황청립 라테라노 대학교 내에는 ‘생태와 환경’을 연구하는 새로운 학과 과정이 개설됐다. 미국 주교회의를 포함해 미국 가톨릭 단체·기관들의 연합체인 가톨릭 기후 협약(CCC·Catholic Climate Covenant)도 「찬미받으소서」로 미국교회에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CCC 설립자 댄 미슬(Dan Misleh)씨는 “가톨릭교회의 6500여 개 초중고등 학교, 230여 개 대학, 170여 개 교구에서 자연환경 보호를 위한 갖가지 실천 사항이 전개되고 활발해졌다”며 “학교에서 그 변화가 분명하다”고 밝혔다.

한국교회에서도 생태적 회개를 이루기 위한 생태 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서울대교구와 수원·대전교구 등에서는 생태 영성 학교가 이뤄지고 있고, 유아 등 대상별 교육과 「찬미받으소서」 강독 모임 등도 상황에 맞게 진행되고 있다. 본당들에서는 특강과 모임이 생기고 있고, 춘천교구에서는 본당 찬미받으소서 분과를 포함해 많은 모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찬미받으소서 살기’ 나눔지를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토종 생물을 키우고 가톨릭 가르침에 따라 정원과 마당을 가꾸겠다고 약속하는 성 카테리 서식지 프로그램 참여자.

실천으로 이끄는 교육 필요, 자발적 참여와 필수 교육 이뤄져야

생태적 회개를 실천으로까지 이끄는 생태 교육을 고민하는 일은 남은 과제다. 생태 영성 교육을 비롯해 여러 생태 교육 수강 후 생태 활동가로 살고 있는 김종환(바오로)씨는 “교육을 들으면 회개할 수 있기에 참여가 중요하고, 이것이 생태적 삶 실천과 전파 활동으로까지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의 회개가 공동체 회개로 이어질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의 ‘성 카테리 보호 센터’(Saint Kateri Conservation Center)는 자발적 참여와 교육을 통해 실천을 이끄는 가톨릭 단체다. 설립자 빌 제이콥스(Bill Jacobs)씨를 포함해 봉사자 4명으로 구성된 이 단체는 홈페이지(www.kateri.org)를 통해 전 세계에 실천으로 이끌기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전문 생태학자·교육자인 이들은 생태에 관한 가톨릭 가르침들을 모아 온라인 ‘가톨릭 생태 도서관’을 운영하고, 성 카테리 서식지와 공원 조성, 가톨릭 통합 생태와 보존에 대한 교육과 지원, 성 카테리 원주민 프로그램 운영, 가톨릭 토지 신탁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별히 화분이나 정원 등이 있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성 카테리 서식지는 전 세계 300곳에 분포해 있다. 생태에 관한 가톨릭 가르침을 알기 위해 도서관 운영을 시작했고, 과학과 신앙을 함께해 자연·하느님·이웃과의 관계 단절 회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빌 제이콥스씨는 세계 모든 교구에 적어도 한 군데씩 서식지를 형성해 모든 생명을 보존하는 것이 목표라며 “신자답게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했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장 백종연(바오로) 신부는 “생태 사도들이 양성되기 위해서는 일단 듣고 행동해야 한다”며 “교육에 많이 참여해 주시고, 필요하면 더 요청하고, 교회와 사회에는 필수적으로 생태 교육이 교육 과정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