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9월에 걷는 ‘청년 김대건 길’] 주님을 사랑했던 젊은이… 그 뜨거운 열정을 따라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2-09-05 수정일 2022-09-06 발행일 2022-09-11 제 3310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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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이성지에서 미리내성지까지
순례 위한 보행로·편의시설 갖춰
험난한 신덕·망덕·애덕고개 등
김대건 신부 순교 신심 곳곳에

은이성지에 설치돼 있는 ‘청년 김대건 길’ 안내판.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9월 순교자 성월에는 박해시대 순교자들이 걸으며 신앙을 지켰던 길을 따라 걷곤 한다. 비록 순교자의 모습이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순교자들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길에는 뜨거운 신앙의 숨결이 서려 있기 때문이다.

순교자 성월을 생각할 때 1846년 9월 16일 새남터에서 군문효수형으로 순교한 한국인 최초의 사제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순교 당시 성 김대건 신부 나이는 불과 25세에 불과한 청년이었다.

교구와 경기도 용인시가 2020년부터 조성을 시작해 지난해 정비사업을 마무리한 ‘청년 김대건 길’은 김대건 신부가 신학생으로 선발된 내력과 사제서품 후 비록 1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이지만 열정을 다해 사목하던 역사가 살아 숨 쉬고 있는 순례길이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경축 이동, 9월 18일)을 앞두고 ‘청년 김대건 길’을 소개한다.

‘청년 김대건 길’은 은이성지에서 미리내성지까지 10.3㎞에 이르는 순례길이다. 용인시가 2020년 6월부터 ‘청년 김대건 길’을 운영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을 맞아 순례자를 위한 편의시설과 보행로 보완, 이정표 설치 등 대대적인 정비사업을 진행했다. ‘청년 김대건 길’이라는 이름으로 순례길이 조성되기 전에도 신자들이 알음알음 순례를 했지만 ‘청년 김대건 길’이 탄생하면서 보다 많은 신자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에게도 신앙 성장과 영적 휴식을 주는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용인 은이성지는 소년 김대건이 15세이던 1836년 파리 외방 전교회 모방 신부에게 신학생으로 선발돼 세례를 받은 곳이며, 안성 미리내성지는 성 김대건 신부 순교 후 이민식(빈첸시오, 1829~1921)이 목숨을 걸고 새남터에서 성인의 유해를 옮겨 안장한 곳이다. 성 김대건 신부 생애에서 상징성이 큰 곳이라 할 수 있다.

‘청년 김대건 길’은 또한 성 김대건 신부가 1845년 8월 17일 중국 상하이 진쟈샹(金家巷)성당에서 사제품을 받고 이듬해 6월 5일 황해도 남단 순위도 앞바다에서 체포되기까지 채 1년도 안 되는 기간이지만 신앙의 벗들과 영원한 삶으로 나아가고자 죽음을 마다않고 사제로서 부여받은 직무를 묵묵히 수행한 공간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김대건 신부의 생애 대부분을 ‘청년 김대건 길’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청년 김대건 길’에는 은이성지에서 미리내성지 사이에 있는 골배마실성지, 한덕골성지, 고초골 공소, 신덕고개, 망덕고개, 애덕고개 등을 연결하는 다섯 가지 코스가 있다. ▲마을길(은이성지-신덕고개-망덕고개-애덕고개-미리내성지, 10.3㎞) ▲능선길(은이성지-신덕고개-문수봉-애덕고개-미리내성지, 10.3㎞), ▲믿음의 길(은이성지-칠봉산-골배마실성지, 4.4㎞), ▲희망의 길(은이성지-신덕고개-망덕고개-애덕고개-한덕골성지, 19.2㎞), ▲굳셈의 길(고초골공소-애덕고개, 4.1㎞)이다. 다섯 구간을 전부 순례하려면 48.3㎞를 걸어야 한다.

은이성지에서 미리내성지 사이 구간에 위치한 험난한 세 고개인 신덕·망덕·애덕고개는 성 김대건 신부가 살아생전에는 자신의 양들을 돌보기 위해 힘겹게 넘나들던 행로였고, 죽어서는 이민식이 눈물로 유해를 옮긴 경로가 됐다. 성 김대건 신부를 접했던 신자들은 이 고개들에 신덕·망덕·애덕이라는 이름을 붙여 순례하는 전통을 만들었고 오늘날 ‘청년 김대건 길’의 주요 요소로 재탄생됐다.

‘청년 김대건 길’ 각 코스는 평지와 비교해 꽤 험난하기 때문에 2㎞ 걷는 데 평균 1시간이 걸린다. 길이 험할수록 순례자들은 25살 청년 김대건 신부가 지녔던 뜨거운 순교 신심을 깊이 느낄 수 있다.

성 김대건 신부가 순교하기 전 마지막으로 신자들에게 쓴 회유문 중 “우리는 미구(未久, 머지않아)에 전장에 나아갈 터이니, 부디 착실히 닦아 천국에 가 만나자. 마음으로 사랑하여 잊지 못하는 신자들에게”라는 대목을 묵상하며 ‘청년 김대건 길’을 걷는다면 지친 발걸음에 힘이 생길 듯하다.

은이성지에는 성 김대건 신부가 사제품을 받은 장소인 중국 상하이 진쟈샹성당이 재현돼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미리내성지에는 성 김대건 신부 묘소가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