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 이야기

[우리 이웃 이야기] 전례위원장·주일학교 교사 등 서천동본당 ‘1인 다역’ 이소미씨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2-09-05 수정일 2022-09-06 발행일 2022-09-11 제 3310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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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깅하다 들른 성당, 제 삶을 바꿨죠”
27살 ‘얼떨결에’ 세례 받고
30~40대 열성적으로 봉사
신앙 성숙 위해서도 노력

지난 8월 28일 본당설립 10주년 행사에서 품바 복장으로 신자들을 휘어잡으며 분위기를 끌어올린 이소미(체칠리아·제1대리구 서천동본당)씨. 행사에 참석한 교구장 대리 이성효(리노) 주교까지 이씨 매력에 푹 빠진 날이었다.

“성당에만 오면 그런 힘이 생겨요. 요즘 유행하는 ‘부캐’라고 하죠.”

이씨는 현재 본당에서 전례위원장과 중고등부 교사를 맡으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 이씨 모습을 보면 어릴 때부터 본당에서 자란 신앙인의 모습 같지만, 비교적 늦은 나이인 27살에 세례를 받았다.

지난 2003년, 조깅을 하던 이씨의 눈에 성당이 들어왔다. “한번 들어가 볼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 조깅하던 복장으로 무작정 성당으로 들어간 이씨. 마침 예비신자를 모집하고 있어서 얼떨결에 신청을 하고 그해 성모 승천 대축일에 세례를 받았다. 2개월 후에는 견진성사가 예정돼 있어 속성으로 견진성사도 받았다.

얼마 후 대림 시기가 시작할 무렵에는 본당 신부 권유로 초등부 교리교사까지 하게 됐다. 이후 지금까지 주일학교 교사로 활동하고 있고, 웬만한 임원직 직책도 다 맡았다. 이씨는 그렇게 조깅하다 우연히 들른 성당에서 30~40대를 모두 보내고 있다.

“하느님 섭리라고 하죠. 저를 이렇게 당신 도구로 쓰시려고 작정하셨던 것 같아요.”

이씨는 “우연히 성당에 발을 들였지만, 신앙 안에서 아이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며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주일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며 용기를 얻은 이씨는 7년 전 학원을 개원해 생업 전선에서도 학생들과 함께하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크고 작은 신앙체험도 있었다. 특히 5년 전 본당 봉사자 피정에서의 ‘죽음 체험’은 이씨 삶의 이정표가 됐다. 삶을 돌아보며 유서도 쓰고, 관에 들어가 육신의 죽음을 느껴보는 체험이었다.

“좁은 관이었는데 정말 편했습니다. 음악 소리도 들리고, 식구들이 우는 것 같기도 했어요. 그 순간 모든 게 끝나고 하느님과의 독대만 남았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기쁨의 눈물이 마구 흘렀죠.”

이씨는 “하느님 사업에 조금이라도 발을 담그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껴 이후 더 열심히 활동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성경과 기도에 더 집중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성경에 마리아와 마르타가 나오잖아요. 저는 지금껏 마르타의 삶을 산 것 같아요. 힘들다고 투덜거리기도 하면서 외적으로 열심히 활동했죠. 이제는 마리아처럼 말씀과 기도로 내면의 신앙도 채워가고자 합니다. 훗날 하느님을 만날 때 더 기쁘지 않을까요.”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