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 유가족돌봄 담당 유명옥 수녀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2-08-31 수정일 2022-08-31 발행일 2022-09-04 제 3309호 21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살아 있다면 희망은 있어… 자살 예방에 온 힘 쏟아야”
자살한 이들과 유가족 아픔
교회가 먼저 나서 보듬어주며
떠난 이들 구원 위해 기도해야

유명옥 수녀는 자살 예방을 위해 온 힘을 쏟아야 하지만, 이미 떠난 이들을 위해서는 그들의 구원을 기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살아만 있다면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희망이 있습니다.”

자살 예방의 날(9월 10일)을 맞아 만난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이하 센터) 유가족돌봄 담당 유명옥(마리아) 수녀는 무엇보다 예방에 온 힘을 쏟아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살을 준비하는 이들은 어떤 식으로든 신호를 보내지만, 대부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그런 낌새를 느낀다면 자살 생각이 있는지, 계획을 세웠는지, 도구를 준비했는지 등 직접적으로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런 말들이 자살을 부추기는 게 아닐까 우려하지만 정확히 짚어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혼자서는 힘들기 때문에 전문 기관에 연결만 시켜줘도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고 전했다.

특히 유가족들 증언에 따르면 “가족 간 대화를 하지 않아 그 심각성을 몰랐다고 고백하며 죄책감에 시달린다”면서 “평소에 대화를 꾸준히 하고, 유대관계를 맺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게임 문화와 무분별한 유해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인터넷 공간 안에서 청소년들의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해지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인간 존엄성과 생명존중에 대한 교육이 학교 교과과정에서 다뤄지길 기대했다.

그러면서 유 수녀는 자살한 이들과 유가족의 아픔을 교회가 나서서 보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는 자살을 큰 죄로 규정한다. 하느님이 주신 생명을 스스로 해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회는 자살한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위로하도록 이끌고 있다. 유 수녀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자살한 이들을 죄인 취급하고 있고 장례미사도 못 드리는 줄 알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1917년 교회법 1240조에서는 ‘의도적인 자살자나 결투로 죽은 사람은 성당에서 장례식이 거부된다’고 명시했지만, 1983년 개정된 교회법에는 자살자가 포함돼 있지 않다. 즉 자살자가 생명을 거스르는 다른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면, 장례미사가 허용될 수 있다.

유 수녀는 “하느님께서는 당신만이 아시는 길을 통해 구원에 필요한 회개의 기회를 주실 수 있다고 교회는 가르친다”며 “예방이 최우선이지만, 이미 떠난 이들을 위해서는 그들의 구원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 상처를 입은 유가족은 자살 고위험군에 속한다”며 “함께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이들은 큰 위로를 받는다”고 말했다.

센터는 매월 자살 유가족 미사 봉헌과 도보성지순례, 유가족 정기모임을 열고 있다. 유 수녀는 “자살이라는 말은 어디서도 꺼내기 힘든 말”이라며 “센터가 마련한 시간에 함께 충분히 애도하고 슬퍼하면서 점점 치유되는 것을 발견한다”고 밝혔다.

“신앙을 가진 사람의 회복력은 훨씬 빠릅니다. 하지만 막상 이들을 돌볼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그들이 있는 그 자리에서 위로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교회의 관심은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을 막고, 오히려 큰 슬픔을 통해 사랑을 깨우치게 이끌 수 있습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