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착한 목자 수녀회(상)

염지유 기자
입력일 2022-08-23 수정일 2022-08-23 발행일 2022-08-28 제 3308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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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여성들 영혼 구원에 헌신

창립자 성녀 마리 유프라시아 수녀. 착한 목자 수녀회 제공

착한 목자 수녀회의 뿌리는 성 요한 에우데스(John Eudes, 1601~1680) 신부에게서 출발한다. 프랑스 노르망디 출신 에우데스 신부는 사제가 되고 45년 동안 전교여행을 하며 하느님의 자비와 구원을 전했다. 그는 전교여행 중에 성매매를 하며 타락한 삶을 살았던 여성들을 만났다.

여성들은 이전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려 노력했지만 빈곤과 사람들의 냉대로 많은 난관에 부딪히고 있었다. 에우데스 신부는 자신의 죄 때문에 비참하게 살아가는 여성들의 영혼을 구원하는 일에 헌신하겠다고 결심하고 1641년 애덕 성모 수녀회를 창립했다.

착한 목자 수녀회는 상처받은 여성들의 영적 치유에 힘쓴 에우데스 신부의 영성을 계승한 마리 유프라시아 펠레티에(Mary Euphrasia Pelletier, 1796~1868) 수녀가 프랑스 앙제에서 창립했다.

투르에서 자란 유프라시아 수녀는 어린 시절부터 ‘영혼 구원’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 유프라시아 수녀는 에우데스 신부의 영성에 감명받아 1814년 18살 나이에 투르의 애덕 성모 수녀회에 입회했다. 옳은 길에서 벗어나 방황하는 여성들을 위한 사도직에 헌신하던 그는 29살에 원장 수녀가 됐다. 원장 수녀로 공동체를 이끌던 때에 앙제의 사제들이 유프라시아 수녀에게 상처받은 여성과 어린이들을 돌보는 수녀회를 앙제에도 세워줄 것을 요청했다.

‘한 인간은 온 세상보다 더 소중하다’는 정신에 따라 살던 유프라시아 수녀는 위험에 처한 여성을 한 명이라도 더 구하고자 요청에 응하고 앙제에 ‘착한 목자 애덕 성모 수녀회’(착한 목자 수녀회의 정식 명칭)를 설립했다. 애덕 성모 수녀회의 정신을 따르면서도 한 마리의 양을 찾아 나서는 착한 목자 예수님의 자비로운 사랑과 연민의 마음을 담은 이름이었다. 애덕 성모 수녀회의 영성을 토대로 어둠 속을 헤매는 여성들을 하나라도 더 구원하려는 목적이었지만 새 수도회를 창립했다는 이유로 애덕 성모 수녀들에게 오해받고 갈등을 겪는 아픔도 있었다.

유프라시아 수녀는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을 위한 구원 사업이 세상 곳곳으로 퍼져 나가길 원했다. 이를 위해 그레고리오 16세 교황에게 인가를 요청했다. 교황의 허락으로 착한 목자 수녀회는 1835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국제 수녀회가 됐다.

유프라시아 수녀의 정신을 이어받은 착한 목자 수녀회는 인간적인 나약함을 이해하고 감싸주는 착한 목자의 모습으로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사도직 활동을 하고 있다.

유프라시아 수녀는 1868년 4월 24일 착한 목자 수녀들에게 영혼 구원을 위한 열성을 유산으로 남기고 선종했다. 1940년 5월 2일 교황 비오 12세의 시성으로 성인 반열에 올랐다.

염지유 기자 g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