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시그니스란 무엇인가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2-08-16 수정일 2022-08-16 발행일 2022-08-21 제 3307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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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복음화’ 사명 수행하기 위한 교황청 공인 세계 조직
전 세계 100여 개국 회원 참여
TV·영화·SNS 등에서 협력
한국은 2002년 6월 창립총회

지난해 8월 27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2022 시그니스 세계총회 조직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2022 서울 시그니스 세계총회(Seoul SIGNIS World Congress 2022)가 8월 15~18일 3박4일 일정으로 서강대학교 정하상관에서 열렸다.

시그니스 세계총회는 4년마다 열려 ‘가톨릭 언론인들의 올림픽’이라고도 불린다. 본래 2017년 캐나다 퀘벡 세계총회에 이어 2021년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1년 연기된 뒤 올해 열리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디지털 세상의 평화’를 주제로 열린 올해 서울 시그니스 세계총회에는 30여 개국 언론인들이 참가해 디지털 세상의 평화를 구현하기 위한 여정을 함께했다.

뜻깊은 2022 서울 시그니스 세계총회를 바라보며 시그니스의 역사와 활동을 알아본다.

■ 시그니스 의미와 역사

시그니스는 아직도 신자들에게 다소 생소한 명칭이다. 영문 표기인 SIGNIS는 ‘매체와 메시지’를 의미하는 Sign과 ‘불을 당긴다’는 뜻의 라틴어 Ignis를 합친 말이다. 대중에게 올바른 의미를 전달하는 매체 활성화에 대한 교회 내 전문가와 종사자들의 의지를 표방한 것이다. TV와 라디오, 영화, 저널리즘, 출판, 미디어교육 등에서 활동하는 가톨릭 언론인과 관련 분야 종사자들의 국제 모임이라는 성격을 지닌다.

시그니스는 가톨릭방송인회(UNDA)와 가톨릭영상인회(OCIC)가 하나로 통합돼 만들어진 기구로 2001년 11월 26일과 27일 이틀간 로마 교황청 클레멘스홀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출범했다. 가톨릭방송인회와 가톨릭영상인회는 오랜 기간 통합을 논의한 결과 1998년 두 기구 총회에서 통합기구 출범을 공식적으로 결정한 뒤 약 4년 동안 통합 준비작업을 거쳤다.

시그니스 첫 총회에는 세계 각 나라 방송인, 영상인 등 400여 명이 참석해 초대 회장으로 호주의 피터 말론 신부 등 회장단과 임원진을 구성하고 시그니스 공식 역사의 첫발을 내딛었다. 첫 총회 한국대표로는 당시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총무 김민수(이냐시오) 신부 등이 참석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시그니스 출범을 앞둔 같은 해 11월 20일 “오늘날 첨단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달과 세계화 현상으로 인해 교회는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사명을 더욱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기회와 더불어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면서 “지난 70년 동안 두 기구가 펼쳐 온 활동이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지적처럼 당시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방송과 영상의 경계를 뛰어넘어야 하고, 미디어 전문가에 대한 윤리의식 고취와 반생명문화 극복이 필요하다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시그니스가 출범한 것이다.

공식 출범한 지 20년이 넘은 시그니스는 미디어 분야에서는 교황청이 공인한 유일한 단체다. 공식 명칭 시그니스 외에 ‘세계가톨릭 커뮤니케이션 협회’(World Catholic Association for Communication)로도 불린다.

2001년 교황청에서 열린 시그니스 창립총회에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가운데)과 교황청 사회홍보평의회 의장 폴리 대주교(교황 오른쪽) 등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출처 세계 시그니스 홈페이지

2019년 8월 인도 델리에서 열린 시그니스 아시아 총회 기념사진. 김승월 제공

■ 시그니스 조직

시그니스는 국제조직 대표와 7개 대륙별(아시아, 유럽, 북미, 태평양,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국제그룹)로 6명씩 선출된 42명의 대의원, 각 대륙별 2명씩으로 구성된 이사진 14명으로 운영진이 구성된다. 시그니스 출범 시에도 대의원과 이사진은 같은 수였다.

이사회는 시그니스의 정책을 결정하고 모든 지역과 국제그룹을 대표하며 이사회 구성원은 세계 총회 또는 지역 총회에서 선출된다. 시그니스 국제조직(월드)(www.signis.net) 아래 대륙별 조직, 대륙 아래는 국가별 조직, 국가 아래는 교구별로 조직이 구성돼 있다. 현재 한국, 미국, 프랑스, 일본, 인도, 브라질 등 전 세계 100여 개 국가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시그니스 본부는 벨기에 브뤼셀과 이탈리아 로마에 위치한다.

마틴 스콜세이지 영화감독이 2017년 6월 캐나다 시그니스 세계총회에서 공로상을 받은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CNS 자료사진

■ 시그니스 활동

시그니스에 소속된 가톨릭신자들은 정기적인 미사 봉헌 등 신앙 활동을 기본으로 TV와 라디오, 영화, 영상, 인터넷, 애니메이션, 광고, SNS 등 정보통신 분야를 망라하는 미디어 분야에서 서로 협력해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복음 전파를 사명으로 활동한다. 이를 위해 가톨릭 신앙과 교리 영상을 제작, 배포하고 있으며 가톨릭 관련 영화제에도 제작자나 관객으로 참여하고 있다. 시그니스의 활동은 교회 안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세속 조직에도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제공하는 등 상호 협조하고 있다.

시그니스의 수호성인은 성 오스카 아르눌프 로메로 대주교다. 시그니스가 로메로 대주교를 수호성인으로 삼고 있는 것은 자신이 공언한 가치를 실천하고 불의에 맞서 침묵하지 않고 기꺼이 목숨까지 바친 성직자로서 모든 언론인의 활동에 모범이 되기 때문이다.

시그니스 최대 행사인 세계총회는 국제조직에서 4년마다 개최지를 선정한다. 2001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첫 총회가 개최됐고, 2005년 프랑스 리옹, 2009년 태국 치앙마이, 2014년 이탈리아 로마, 2017년 캐나다 퀘벡에 이어 올해 서울에서 세계총회가 이어졌다.

2005년 11월 미리내성지에서 열린 제1회 시그니스 코리아 전국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시그니스 코리아 역사와 회원

시그니스 코리아(SIGNIS Korea) 역사는 시그니스 총회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2001년 11월 교황청에서 시그니스 창립총회가 열림에 따라 국내에서도 2002년 6월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주관으로 시그니스 코리아 준비위원회가 발족해 초대 회장에 강동순(마르티노·KBS)씨를 선출했다.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인준을 통해 국내 가톨릭방송인협회와 가톨릭영상인협회가 통합되면서 그해 12월 5일에는 서울 중림동 가톨릭출판사 마리아홀에서 한국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SIGNIS Korea) 창립총회가 열렸다.

2005년 11월 4일에는 시그니스 코리아 전국대회가 열렸으며, 2008년 1월 25일에는 ‘시그니스 코리아 서울’이 출범했다. 2013년에는 시그니스 코리아 창립 10주년을 맞아 기념 합동미사를 봉헌하는 등 다양한 행사를 열었다.

시그니스 서울은 가톨릭 언론 단체들과의 통합 논의를 거쳐 올해 1월 18일 한국가톨릭언론인협의회, 가톨릭신문출판인협회와 통합해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초대 회장 이영준 로렌조)로 출범했다.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에는 교계 언론사와 출판사, 방송사, 통신사, 일간지, 영화, 광고 등 분야에 종사하는 전·현직 평신도와 성직자, 수도자 등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0년 9월 29일 KBS 라디오 공개홀에서 봉헌되고 있는 시그니스 서울 합동미사.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