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에세이로 만나는 사제들의 신앙 이야기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22-07-26 수정일 2022-07-26 발행일 2022-07-31 제 3305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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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 시선으로 풀어낸 일상, 뭉근한 감동 전해

‘에세이’(essay)는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일상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쓴 산문 형식의 글을 말한다. 자유롭게 쓰기에 글 안에서 작가의 개성이나 인간성이 두드러질 수 있고, 특유의 유머나 위트, 기지도 마주할 수 있다. 사제들이 쓰는 에세이도 마찬가지다. 강론이나 강의 글과는 다른 편안한 문장 속에서 사목 생활 중 느끼는 고민과 고뇌, 묵상 내용을 만날 수 있다. 이는 신자들에게 또 다른 신앙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 사제 생활 가운데 소소한 일상에서 전하는 담담한 사제의 삶, 하느님 이야기들을 모아본다.

「하느님, 당신 맘대로 하슈!」(주상배/492쪽/20000원/기쁜소식)

주상배 신부(안드레아·서울대교구 원로사목자)는 책의 저자 이름을 ‘한수아래’(韓守我來) 신부로 썼다. 예수님의 ‘윗자리에 앉지 말고, 끝자리에 가서 앉아라’(루카 14,8-10)는 말씀과 더불어 ‘처지를 알고 몇 수가 아니라 그나마 아직도 한 수만 아래라고 생각하는 넉넉한 마음엔 오히려 겸허와 만족과 평화가 따르고, 그것이 바로 하느님 은총인 줄 아는 이야말로 진정 지혜롭고 복된 이’라는 의미에서다.

책에 담긴 120여 편의 글들은 저자의 그런 소박한 바람처럼 수십 년 걸어온 목자의 길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드러낸다. ‘하느님에 대한 말을 많이 하며 살아왔지만, 정작 자신은 그렇게 살아오지 못한 게 아쉽고 부끄러워, 하느님께 죄송하고 그분의 자비를 더 절실히 구하게 된다’는 노사제의 겸손함도 엿보인다.

동네 꼬마들에게 ‘본당 신부님’ 소리를 듣고 싶었으나 ‘대머리요’라는 말을 들은 에피소드에서부터, 지병으로 방문하는 인공투석실을 ‘하루살이 따끔 수도원’이라 부르며 그곳에서 만나는 신자들을 위로하는 모습 등 글은 재미있고 쉽게 읽힌다. 그러나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노사제의 노련미는 예수님에게로 이끈다. 비상문을 열었을 때 만나려는 사람을 마주친 것처럼 하느님을 만나는 자신을 보게 하고 성찰거리를 안긴다.

「맘고생크림케이크」(조명연/280쪽/1만5500원/파람북)

일명 ‘빠다킹 신부’, 조명연 신부(마태오·인천교구 갑곶순교성지 담당)가 인터넷 카페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에 올린 새벽 묵상 글을 추린 책이다.

제목 ‘맘고생크림케이크’는 삶에 지쳐 맘고생 중이던 한 지인이 ‘망고 생크림 케이크’를 잘못 읽은 에피소드에서 나왔다. 조 신부는 이처럼 책 전반에서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보는 것이 달라질 수 있음을 전한다. 사랑과 기쁨이 담긴 마음으로 살면 삶 자체가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다면서, 긍정과 희망이 가져오는 충만한 삶의 기술을 강조한다. 그리고 삶의 기쁨은 ‘나’로부터 시작된다고 덧붙인다.

조 신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힘들었던 시기에 부모님이 모두 선종하는 아픔을 겪었다. 책을 통해 사제로서 많은 죽음을 목격했지만 정작 부모님 죽음 앞에서 그저 나약하고 부족한 인간임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음을 토로한다. 조 신부는 부모님을 떠나보낸 아픈 마음을 추스르며, 이제 다른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줄 시간임을 느끼며 이번 책을 준비했다.

「결이 되어」(김태헌/336쪽/1만5000원/M31)

김태헌 신부(요셉·인천 주안5동본당 주임)의 일상 속 소소한 단상들이 담백한 시선과 뭉근한 온기로 전해진다. 25년의 사제 생활 동안 틈틈이 기록해 온 삶의 기록들이다. 신부이자 한 명의 평범한 인간으로서 바라본 자기 자신과 부모, 형제자매, 이웃과 사회에 관한 편린들이 담담하게 펼쳐진다.

“나는 그런 형수에게 잘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언젠가 형네 가게에 가서 삼겹살에 소주를 한잔 하고 나서 종업원 언니들에게 ‘우리 형수를 많이 도와주시라’는 부탁을 했다. 옆에 있던 형수가 운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온다.”(‘형수의 퍼주기’ 중)

본당 안의 크고 작은 에피소드, 계절의 변화,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 등을 조곤조곤 곁에서 들려주는 잔잔한 글 들은 평범한 우리 이웃 모습을 보듯이 적당히 기분 좋은 위로로 다가온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