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 성인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입력일 2022-07-26 수정일 2022-07-26 발행일 2022-07-31 제 3305호 15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성인이라고 완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성찰하며 노력한 이들
성인들 삶 그대로 모방하기보다
각자 자신의 길 성실히 걸어가야

헤르트 반 혼토르스트의 ‘베드로의 부인’(1620년 작품).

우리 교회에서는 성인 신심이 아주 중요한 신심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세례명을 자신이 좋아하고 따르고 싶은 성인들의 이름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성인들을 따르는 삶을 살려고 성인전을 읽으면서 생기는 심리적 문제들이 있습니다. 일명 ‘성인 콤플렉스’. 성인처럼 되고 싶은데 그렇게 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종교적 열등감이 생기는 것입니다. 심지어 성인들처럼 살지 못하는 자신을 혐오하기조차 하는 경우들도 종종 일어나곤 합니다. 왜 그런가? 성인전에서 성인들은 완전한 사람처럼 묘사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성인들은 인격적으로 완전한 사람들은 아니었습니다. 성인들도 한 가지 이상의 심리적 문제를 가졌던 분들입니다. 주님께서 손수 뽑으신 12사도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초대 교황님이셨던 베드로 사도는 욱하는 성격의 소유자였고 주님의 제자가 아니라고 부인할 정도로 나약한 성격이었습니다. 토마스 사도는 의심이 많아서 주님께 핀잔을 들어야했던 분이고, 야고보 형제는 자리에 욕심이 많았던 사도들이었으며, 요한 사도는 주님을 버리고 옷을 다 벗은 채로 도망을 친 비겁자였습니다. 이밖에도 우리 교회의 성인들은 인간적인 하자가 많은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결격사유가 있는 분들을 왜 성인으로 추대했는가? 성인들은 평생을 두고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과 죄인인 자신을 받아준 하느님께 대한 감사의 마음이 남달랐기 때문입니다. 완전한 인격을 가진 분들이 아니라 그렇게 되기 위해 평생을 노력한 분들이란 것입니다.

성인들은 자신을 성인으로 부르는 것에 대해 심한 부담감을 가진 분들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누구라도 성인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간혹 성인들의 삶을 그대로 따라 살려는 분들이 계십니다. 물론 훌륭한 분들의 삶을 따르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다른 사람의 삶을 모방하는 삶은 그다지 바람직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배우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수술하려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나의 길을 가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우리 교회 안에 성인 신심이 깊어지면서 가짜 성인, 짝퉁 성인들도 적지 않게 생겼습니다. 성당에서 하루 종일 기도는 하는데 사람들을 무시하는 사람, 손에 온종일 묵주는 들고 다니는데 웃음기는 전혀 없는 사람, 본인 스스로 성인 같은 삶을 살고 있다고 만족해 하는 사람들. 이런 분들은 성인이 아니라 진상들입니다. 이런 진상들은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거나 괴롭히기 일쑤입니다.

진정한 성인들은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자신도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들입니다.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