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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기자 단상] 하느님의 돌보심과 깨달음 / 신현민

신현민 스테파노 명예기자
입력일 2022-07-20 수정일 2022-07-20 발행일 2022-07-24 제 3304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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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여름날. 하늘은 금방이라도 장맛비가 쏟아질 것 같은 잿빛하늘. 지난 38년의 신앙생활을 되돌아보며 하느님을 모르던 제가 세례를 받고 지나온 세월들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어린 시절 저는 종교와는 아무 관련이 없었습니다. 평생 공무원이셨던 아버지께서 1984년에 지병으로 일찍 돌아가셨고, 그때 아버지께서 대세를 받게 되었는데 이것이 제가 처음으로 천주교를 접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후 저희 가족 모두는 그해 12월 성탄전야에 세례를 받고 신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신앙생활은 그저 시간 많은 사람들이나 하는 걸로 생각하고 일에 바빴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습니다.

그리고 늦은 나이에 비신자인 배우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아내는 신자가 되었습니다. 주님께서는 저희에게 두 아들을 선물로 주셨지만 기쁨도 잠시, 작은 아들이 자폐증이란 진단을 받았고 무거운 짐이 어깨를 짓누르는 듯한 암담함에 앞이 캄캄했습니다.

어딘가에 기댈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했기에 아내의 성화로 성당으로 발길을 향했습니다. 여러 가지 힘겨운 가정생활의 연속이었습니다.

너무나 산만하고 천방지축인 아들은 베란다 난간에 올라서거나, 수도꼭지를 틀어놓고 물장난하다 온 집안을 물바다로 만들고, 전기 콘센트에 젓가락을 넣는 등 너무나 위험한 일을 하곤 했습니다. 아내는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었고 24시간 아들에게만 집중하다 보니 가족의 삶은 피폐해져 갔습니다.

그러던 중 인근 성당 장애아를 위한 미사에 참례하게 되었습니다. 아들은 처음엔 미사 도중에 들락거리면서 못 견디고 뛰쳐나왔습니다. 맨 뒷좌석에 앉아 있으면 강론 시간에 아들이 괴성을 내어 미사 도중 밖으로 데리고 나가곤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적응되어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성탄 밤미사에 아내는 과감하게도 앞자리에 앉자고 했습니다. 저는 절대 안 된다고 했지만, 앞좌석에 앉게 되었습니다. 그 긴 미사시간을 별 탈 없이 함께하게 되었고, 그것은 기적 같은 일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하느님께서 함께하시고 돌보아 주시지 않았다면 결코 불가능하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지금은 천사 같은 아들을 통하여 기쁨과 감사 그리고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지난주에는 문경새재를 다녀왔습니다. 푸르름이 우거진 산길을 오르며 이 좋은 계절을 아들과 함께 걸을 수 있어 하느님께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느님을 알려고 하는 노력도 부족했지만, 가정과 이 아들을 통해 저를 깨우쳐주심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신앙의 선조 아브라함에게 100세에 아들 이사악을 주시고 그 아들을 번제물로 바치라는 하느님의 뜻을 지금도 이해하기 힘들지만, 하느님께서 저에게 바라시는 길이 어떤 길인지 아직도 알 수 없지만,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고 의탁해 보려고 합니다.

부족하지만 복음의 증인으로 살아가도록 부름을 받은 소명과 사명을 깊이 되새기고 그 본분에 충실할 것을 다짐해 봅니다

신현민 스테파노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