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178. 복음과 사회교리(「간추린 사회교리」 204항)

입력일 2022-07-20 수정일 2022-07-20 발행일 2022-07-24 제 3304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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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문제에 대처하는 가장 위대한 길은 ‘사랑’
절체절명의 순간 희생 감행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
사회를 파괴하는 것들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2년 4월 15일 성금요일 예식에서 십자가 친구를 하고 있다. CNS 자료사진

“성령께서는 이상주의자가 아니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분입니다. 성령께서는 우리가 ‘지금 여기’에 집중하길 바라십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간과 장소는 그 자체로 은총의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악령은 우리의 생각을 ‘지금 여기’가 아니라 다른 곳으로 향하게 합니다. 곧, 우리의 후회나 향수, 잘못들에 사로잡힌 과거에 머물러 있게 합니다. 혹은 두려움, 착각, 잘못된 희망을 부채질하며 미래를 바라보게 합니다.”(프란치스코 교황 2022년 6월 5일 성령 강림 대축일 강론, 번역 이재협 도미니코 신부)

■ 언선비난 행선위난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두 주간 나누며 그것은 친교를 위한 도구이지만, 그 유익함이 무엇인지를 잘 식별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또한 지나치게 게임에 몰입하는 이유가 사랑받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해서는 아닌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씀드렸고요.

그러나 필자 역시 반성하는 사람 중 하나임을 고백합니다. 얼마 전 ‘손가락만 바쁜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페북 정치’라는 글을 보았습니다. 실천하지 못하는 위선을 꼬집는 글이었지요. 그래서인가요? “너희는 나의 법규들을 실천하고, 나의 규칙들을 지키며 따라야 한다”(레위 18,4)는 명령처럼 성경에는 실천에 대한 강조가 수없이 나타납니다. ‘언선비난 행선위난’(言善非難 行善爲難, 선한 것을 이야기하기는 쉬워도 행동하기는 쉽지 않다)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 우리가 깊이 고민해야 할 ‘사랑’

‘탑건 매버릭’이란 영화가 화제입니다. 36년 전 전작의 향수를 간직하면서도 후속편을 통해 웅장하고 화려한 영상, 극적이고 압도적인 전투기 액션신 등으로 관객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물론 여러 호평에도 불구하고 영웅주의와 강대국 중심주의가 물씬 풍겨난다는 비판도 있지만, 적어도 이 영화는 이 시대가 가장 갈구하는 가치이면서 동시에 사라져 가는 너무나 중요한 가치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바로 사랑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을 이 영화는 희생과 용기로 표현해 냅니다.

과거의 상처와 아픔, 현실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용감한 행동을 선택하고 절체절명의 순간에 희생을 실행합니다. 영화여서 가능한 이야기일지 모른다고요?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고요? 하지만 예수님께서도 그러시지 않았나요? 그것이 우리 신앙의 원동력이자 힘겹고 어려운 현실에서도 살아가는 이유가 아닌가요?

■ 왕도가 아닌 작은 실천부터

큰 회사를 운영하시는 교우를 알고 있습니다. 그분의 사무실도 가 보았고요. 그런데 다른 직원들과 똑같은 사무실을 사용하고, 오너가 아니라 동료나 친구처럼 소통하고, 지시하기보다 들어주고, 잘못은 시인하고 사과하며 그래서 특권을 내려놓고 겸손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신부님, 사랑하며 사는 건 진짜 어려운 거 같아요. 욕심을 내려놓고, 양보하고 들어주는 거잖아요. 근데 그게 맞는 거 같아요.”

‘탑건’ 속 영웅들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크고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할 수 있는 희생과 사랑에서 시작합시다. 그게 우리 삶을 바꾸는 길입니다. 사회를 파괴하는 미움과 적대감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줄 유일한 방법입니다.

“더욱 새로운 형태의 현대의 사회 문제들에 대처하고자 추구하고 선택하는 모든 길 가운데에서 가장 위대한 길은 사랑의 길이다.”(「간추린 사회교리」 204항)

이주형 요한 세례자 신부 (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