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늙어서도 열매 맺으리라

이주연 미카엘라 기자
입력일 2022-07-19 수정일 2022-07-19 발행일 2022-07-24 제 3304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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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구 주보에 단원 모집을 공지하기 시작한 수원교구 노인대학연합회 소속 시니어 합창단 베아띠에는 예상보다 입단 문의가 많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성가대 경험이 있는 만 65세 이상 신자가 대상인데, ‘수원교구’를 명시했음에도 타교구 신자들까지 가입이 가능한지 물어온다며 그만큼 어르신들이 교회 안에서 설 자리를 찾는 게 아니겠느냐고 했다. 베아띠를 취재하며 만난 이들은 나이에 따른 교회 활동 제약의 고충을 밝혔다. 활동할 여력이 충분함에도 노년층이 되면 무언가 제한되는 분위기로 위축되고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1969년 미국의 로버트 버틀러가 사용한 ‘연령차별주의’(Ageism) 혹은 ‘연령주의’는 연령을 이유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차별을 말하는데, 특히 노인에 대한 차별 의식에 초점이 맞춰진다. 우리 사회에서는 노인은 ‘쓸모없는’ 존재라는 편견이 여전하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현실에서 이런 시선이 극복되지 않으면 노년을 공허하고 무가치한 것으로 인식하는 연령차별주의가 퍼져갈 수 있다. 지난해 모든 교구가 유엔 지표에 따른 초고령교회로 진입한 한국교회 현실에서도 생각해 볼 부분이 아닌가 싶다.

7월 24일 제2차 조부모와 노인의 날을 맞아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는 “노인들이 돌봄을 받아야 하는 이들로 보이게 하는 주장들을 접어두고 장기적인 계획에서도 사목적 관심을 두는 데 익숙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조부모와 노인의 날이 어르신들에 대한 장기적인 사목 활동의 토대가 되기를 기대한다. “노년은 돛을 접어야 하는 때가 아니라 여전히 열매 맺는 시기”라는 프란치스코 교황님 말씀이 새롭다.

이주연 미카엘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