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노선교사와 젊은이의 만남 담은 「올라 빠드레」 저자 배혜은씨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2-07-19 수정일 2022-07-20 발행일 2022-07-24 제 3304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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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배우려고 했는데, 인생을 배웠어요”
도미니코회 하비에르 신부와
우연히 시작한 스페인어 수업
단어 하나마다 삶과 지혜 담겨
감동 전하는 인생 수업 이야기
우리는 삶을, 그리고 신앙을 선대로부터 전해 받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제1차 조부모와 노인의 날을 맞아 “노인들은 가정과 젊은 세대, 공동체를 위한 ‘자양분’”이라며 노인과 젊은 세대의 친교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다. 조부모와 노인의 날(7월 24일)을 맞아 노선교사와 젊은이의 만남을 담은 「올라 빠드레」(144쪽/1만2000원/바오로딸)의 저자 배혜은(소피아·29)씨를 만났다.

“요즘 청년들은 좋은 멘토를 찾고 싶어 하잖아요? 좋은 어른, 훌륭한 멘토는 멀리 있지 않고, 우리가 주변에 관심을 기울이면 소중한 인연을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 저와 같은 청년들에게 좋은 어른이 계시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20대 청년과 80대 어르신, 한국 출신과 스페인 출신, 사제와 평신도…. 배씨와 하비에르 신부(87·도미니코 수도회)의 관계를 설명하는 단어들이다. 시간적 공간적으로나 삶에 있어서도 서로 거리가 느껴지는 단어들이지만, 배씨와 하비에르 신부는 서로를 “거리감 없는 친구 같은 사이”라고 말한다. 배씨는 60세의 나이로 한국에 와 현재도 선교사로 살아가는 하비에르 신부와 우연히 시작한 스페인어 수업으로 “삶이 변화했다”고 말했다.

“언어를 배우려고 했는데, 인생을 배웠어요. 하비에르 신부님은 자상한 할아버지처럼 당신의 이야기를 통해서 언어를 가르쳐주셨어요. 그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싶어서 기록하다 보니까 책이 됐어요.”

「올라 빠드레」 저자 배혜은씨(오른쪽)와 하비에르 신부. 배씨는 “언어를 배우려고 했는데, 인생을 배웠다”며 하비에르 신부와의 스페인어 수업 일화들을 모았다.

「올라 빠드레」에는 2020년부터 1년 여간 배씨와 하비에르 신부가 스페인어 수업을 한 일화들을 모았다. 스페인어 수업에 관한 이야기지만, 수업에서 배운 단어 하나마다 하비에르 신부의 삶과 지혜, 그리고 그 안에서 깨닫고 느끼고 묵상한 이야기를 담았다. 배씨와 하비에르 신부의 소소한 대화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독자들이 잔잔한 감동 속에서 삶을 성찰해 나갈 수 있도록 이끈다.

배씨는 책에 다양한 삽화와 사진들도 실어 보는 재미까지 더했다. 사실 이 삽화들도 책을 내기 위해 그린 것이 아니라 하비에르 신부와 수업을 하며 그린 그림이다. 배씨는 “신부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어 그림을 그렸고, 책도 ‘손녀가 주는 선물’을 드리고 싶어 엮었다”고 전했다.

수업은 끝났지만, 배씨는 여전히 하비에르 신부를 자주 찾아 안부를 묻는다. 스페인어 수업은 끝났지만, 인생의 수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하비에르 신부님에겐 일상이지만, 저에겐 소중한 지혜예요. 어르신과의 만남과 그분과 함께하는 삶은 우리에게 끊임없는, 그리고 행복한 수업인 것 같아요.”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