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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삶의 봉헌 / 신현욱

신현욱 비오,제2대리구 대학동본당
입력일 2022-07-13 수정일 2022-07-13 발행일 2022-07-17 제 3303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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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여 너 너를 위하여 나를 내셨으니, / 나 나를 가져 너를 받들어 섬기기를 원하는지라. / 그러므로 이제 내 영혼과 육신 생명과, / 내 능력을 도무지 네게 받들어 드리오니, / 내 명오(明悟)를 드림은 너를 알기 위함이요, / 내 기억을 드림은 항상 너를 기억하기 위함이요, / 내 애욕을 드림은 너를 사랑하고 / 감사하기 위함이요, / 내 눈을 드림은 네 기묘한 공부 보기 위함이요, / 내 귀를 드림은 네 도리 듣기 위함이요, / 내 혀를 드림은 네 거룩한 이름을 / 찬송하기 위함이요, / 내 소리를 드림은 네 아름다움을 / 노래하기 위함이요, / 내 손을 드림은 갖가지 선공(善功)하기 위함이요, / 내 발을 드림은 천당 좁은 길로 닫기 위함이니, / 무릇 내 마음의 생각과 내 입의 말과 / 내 몸의 행위와, 나의 만나는 괴로움과, / 받는 바 경멸과 능욕과, / 내 생명에 있는 바 연월일시와, / 내 생사화복(生死禍福)을 / 도무지 네게 받들어 드려, / 일체 네 영광에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라며, / 천주 성의(聖意)에 합하고 / 천주의 명(命)을 따르고, / 도무지 나와 모든 사람의 영혼 구함에, / 유익하기를 지극히 원하나이다.

우리 천주여 죄인이 / 죄가 크고 악이 중(重)하여, / 드리는 바 당치 못하오나, / 네 불쌍히 여기심을 바라고, / 네 인자하심을 의지하여 비오니, / 나 드리는 것을 받아들이소서. 아멘.

몇 해 전 인천교구 차동엽 신부님 선종 소식을 접하고 부랴부랴 신부님이 남기신 서적을 구하여 보다가 위의 ‘봉헌경’ 기도를 알게 됐습니다.

신부님께서 사제품을 받으시고 부임했던 강화본당 옛 신자분들께서 기억하여 암송하던 것을 신부님께서 채록해서 계시다가 책에 소개하신 것인데, 딱딱한 번역체에 예전의 구어체인 것이 아마도 선교사 신부님들이 봉헌경을 번역하여 신자들에게 암송하도록 한 것 같습니다.

우리 신앙 선조들 흔적이나 발자취를 발견하게 될 때면 그분들 신앙의 뜨거움에 놀라기도 하고 저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는데요. 어쩌면 주변에 계신 신부님, 수녀님뿐만 아니라 신자분들 중에서도 이러한 뜨거운 봉헌 생활로 기쁘게 살아가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봉헌생활자들이 많습니다. 성직자, 수도자들은 물론이고 평신도 중에서도 재속회 등을 통해 일상 안에서 자기 삶을 오롯이 봉헌하시고자 하신다면, 주님께서는 기꺼이 받아주실 겁니다. 교회 안에서 봉헌생활의 의미가 더 널리 알려지기를 기대합니다.

꼭 신앙 선조뿐만 아니라도 주변을 살펴보며 더욱 신실하게 되도록 노력하고 자신을 바라보며 다른 신자분들과 주님께 일치되어 갈 때 우리 교회는 지상의 사명을 다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주님께서는 한순간 놀라운 이적으로 세상이 한 번에 구원되기를 바라시기보다는 교회 안에서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 일치함으로써 세상의 평화가 이뤄지기를 바라실 것입니다.

신현욱 비오,제2대리구 대학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