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자전거 국토종주’로 마뗄쉼터 기부하는 이동훈씨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2-07-13 수정일 2022-07-13 발행일 2022-07-17 제 3303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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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와 가족들 위한 희망의 페달 함께 밟아요”
강원도 고성~부산 을숙도 720㎞
1㎞마다 1만 원씩 기부하기 위해 
직접 홍보물 제작해 후원자 모집

“제 자전거 국토종주가 암 환자와 그 가족들이 서로 ‘사랑한다’고 전하는 시간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이동훈(토마스·54)씨는 요즘 매일 운동을 하면서 체력을 키우고 있다. 7월 21~30일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부터 부산 을숙도까지 720㎞의 자전거 국토종주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씨의 국토종주는 조금 독특하다. 이동거리에 비례해 암 환자를 위한 기부를 하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암 환자와 가족들이 겪는 괴로움과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저를 위해서도, 저희 아들들을 위해서도 희망을 주고 싶었습니다.”

어린 시절 암으로 모친을 여읜 이씨는 2017년 장인이 혈액암으로 9개월 만에 선종하는 모습을 보면서 두려움을 느꼈다. 수술을 하고, 몸 이곳저곳의 장기를 잘라내는 고통을 겪고도 속절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이 가슴 아팠다. 가족을 떠나보내고 남은 유가족이 겪는 고통도 체험했다. 그리고 그 일이 언제든지 바로 나 자신, 혹은 내 자녀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미쳤다.

그래서 장인의 유품인 자전거를 타고 아들들과 함께 국토종주를 준비했다. 건강으로 암을 예방하고 극복할 수 있도록, 그리고 혹시 암에 걸리더라도 희망을 잃지 않길 바란 것이다. 이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희망이 더 크게 퍼질 수 있도록 동참하는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이씨는 SNS를 통해 자전거 국토종주를 알리면서 자신의 국토종주 총 720㎞ 중 1㎞에 1만 원씩을 후원해 줄 후원자를 모집하고 있다. 이 활동을 홍보하기 위해 재능기부를 받아 홍보물을 디자인하고, 사비를 들여 홍보물을 제작·배포하기도 했다. 이씨는 “단 1원도 빠지지 않도록 기부하고 싶어 수수료를 떼가는 기부플랫폼을 이용하지 않았다”며 “홍보가 많이 되지 않아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암에 걸리면 이야기할 시간도 부족해집니다. 사랑한다, 미안하다, 고맙다 말하는 시간. 짧지만 꼭 필요한 그 시간이 진짜 치유인 것 같습니다. 기부처를 마뗄쉼터로 정한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후원만으로 운영되는 마뗄쉼터는 암 환자와 가족이 무료로 머물고 쉬면서 암으로 상처받은 마음과 인간관계를 치유할 수 있도록, 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 마뗄암재단이 운영하는 곳이다. 이씨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암 환자들이 괴로워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분들이 사랑을 전하고 사랑을 받아들이며 관계를 회복하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기부에 동참하길 원하는 이는 인스타그램DM(@sukkarak_detox)이나 카카오톡(sukkarakdetox)으로 이름, 연락처를 보내고, 입금자명 뒤에 ‘종주’를 붙여 마뗄쉼터 계좌(농협 355-0064-3508-93, 예금주 재단법인 마뗄암재단)에 송금하면 된다.

※후원문의 02-723-4706 마뗄암재단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