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글로벌칼럼] (106)핵발전에 반대하는 필리핀교회/ 셰이 컬린 신부

입력일 2022-07-12 수정일 2022-07-12 발행일 2022-07-17 제 3303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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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화산활동 활발한 필리핀
치명적 결과 불러올 수 있어
재생에너지원에 비해 비싸
환경·경제 지키는 데 취약

필리핀 발랑가교구장 루페르토 산토스 주교가 바타안 핵발전소 재가동은 국민과 환경에 큰 위험을 준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필리핀주교회의는 핵발전을 반대한다. 산토스 주교는 지난달 초 라디오 베리타스 방송을 통해 “국민들은 강력하게 목소리를 내며 반대한다”면서 “핵발전으로 생길 수 있는 위험이 혜택보다 훨씬 더 크다”고 지적했다.

최근 필리핀 대통령으로 취임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는 자신의 아버지 마르코스 시니어 전 대통령이 건설한 핵발전소 재가동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로 전 대통령이었던 로드리고 두테르테가 전력원으로 핵발전도 고려해야 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을 때, 안보와 환경, 보건, 재생에너지를 생각하는 필리핀 국민들은 우려했다.

필리핀 에너지부 관리들은 부유식을 포함한 소형모듈원자로를 필리핀 전역에 건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에너지 재벌과 정치가들이 앞다퉈 핵발전으로 생길 수 있는 이점에 대해 호도하고 있다.

기업가들이 핵발전소 재가동을 위해 로비하고 있지만, 산토스 주교는 이들이 욕심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발랑가교구는 정부의 핵발전소 재가동에 반대하기로 했고, 우리의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일 이 핵발전소가 가동된다면, 피나투보 화산의 분출과 여기서 일어나는 지진으로 엄청난 핵 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 또 수백만 명의 삶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많은 에너지 대안이 있는데도 말이다.

태양광과 풍력, 수력, 지열, 바이오매스 등은 핵발전이나 석탄과 석유, 가스 수입으로 들이는 돈보다 훨씬 싼 에너지원이다. 필리핀전력거래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필리핀은 태양광과 풍력발전으로 약 7300만 달러를 아꼈다. 게다가 재생에너지원은 공짜다. 바람은 계속 불고 태양은 빛나며, 화산의 열기는 추가 비용 없이 전기를 생산할 수 있게 해준다. 단지 이를 동력화하기 위해 추가 투자가 필요할 뿐이며 전혀 위험하지도 않다.

산토스 주교는 “생명은 값싼 전기로 얻게 되는 이득이나 돈보다 훨씬 더 소중하다”면서 “바람이나 물,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얻을 수 있고 우리는 이를 연구하고 시험해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필리핀의 전기요금은 아시아에서 비싼 편이다. 이는 에너지 기업들이 부패한 정부 관리들과 비밀스럽게 가격을 담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패 행태는 고질적이다. 마르코스 주니어 정부가 이러한 부패와 담합을 깨고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까? 우리는 그러길 바라고 필리핀 국민들이 이를 지켜보고 평가할 것이다.

핵발전소나 석유와 석탄발전소는 국민들의 건강과 환경을 해치고 위험한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큰 지진이나 쓰나미가 발생하면 핵발전소에 사고가 발생해 엄청난 양의 방사능물질을 배출하고 이는 국민의 건강에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킨다. 인체에 유해할 뿐만 아니라 식물과 동물, 지하수, 해양도 오염시킨다. 막대한 지역에서 수백 년 동안 사람이 살지 못하게 된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이나 1979년 미국 쓰리마일섬 핵발전소 사고,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를 통해 우리는 방사능물질이 대기와 해양에 퍼지는 것을 봤다. 바람으로 통해 퍼진 방사능물질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됐고 여전히 많은 이들이 암으로 고통받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산업계는 이를 은폐하고 있다.

최신 기술인 소형모듈원자로는 미국과 한국, 러시아 등지에서만 사용되고 있다. 독일은 국민들의 반대로 모든 핵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있다. 필리핀은 ‘불의 고리’에 위치해 있어 핵발전소는 매우 위험하다. 지진과 태풍, 화산폭발을 비롯한 자연재해 외에도 인재로 인한 재난도 잠재해 있다. 쓰리마일섬과 체르노빌에서 일어난 사고는 기술자의 부주의로 발생했다.

핵발전은 지지자들의 확신과 가짜뉴스에도 불구하고 전혀 안전하거나 실현가능한 선택지가 아니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치명적인 핵폐기물 처리다. 핵폐기물을 처리하는 데는 수천 년이 걸린다. 필리핀 에너지부는 이를 외딴 섬에 묻어 놓을 계획이다. 오염물질이 바다로 흘러들어 해양생물과 이를 먹는 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 것은 자명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대안을 찾을 것을 요청했는데, 핵발전은 그 대안이 아니다. 지구와 인류의 미래는 석탄이나 석유, 가스와 같은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해 지구 온난화를 막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것에 달려있다. 필리핀은 에너지원의 30%만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오늘날과 같이 화석연료 가격이 급상승하는 상황에서 필리핀 경제의 붕괴를 막는 방법은 재생에너지 사용을 두 배 이상 늘리는 길 밖에 없다.

셰이 컬린 신부

1974년 필리핀 올롱가포에서 프레다 재단을 설립해, 인권과 아동의 권리, 특히 성학대 피해자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또한 아시아가톨릭뉴스(UCA News) 등 아시아 지역의 다양한 언론에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