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하느님과 인간, 자연에 대한 공감과 소통 이야기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2-07-12 수정일 2022-07-12 발행일 2022-07-17 제 3303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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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일 주교의 숲길 단상」
강우일 주교 지음/308쪽/1만3000원/바오로딸
시대 아픔과 생태·평화 관련
칼럼·기행문·인터뷰 등 엮어
진솔한 사목자 목소리 담아
강우일 주교(베드로·전 제주교구장)는 숲길을 걸으며 생각했다. ‘세상은 왜 이렇게 부조리와 억울함으로 넘쳐날까.’ 생활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 안에서, 그리고 하느님 안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강 주교. 강 주교가 날카로우면서도 한없이 따듯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 숲길에 독자들을 초대한다.

책은 강 주교의 단상과 칼럼, 세미나에서 발표한 글, 기행문 그리고 인터뷰 내용 등을 모아 엮었다.

모두 5부로 구성된 책에서는 제주교구장을 퇴임하면서 “평화를 위해 일하고 싶다”고 고백한 강 주교가 현시대를 성실하게 성찰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생태와 평화를 위해 한결같이 걸어온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특히 구체적인 사례와 명확한 자료, 통계를 활용해 현실을 직시하도록 도우면서도, “사람들이 서로를 같은 하느님 자녀로 존중하고 아끼는 한 가족”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부드러운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제주교구 교구장으로서 제주 사람들과 제주도의 자연을 향한 뜨거운 마음, 제주도가 지닌 아픔을 바라보고 보듬는 따듯한 마음도 느낄 수 있다. 아울러 교구장에서 물러난 주교의 인간적인 면모도 엿볼 수 있다.

강우일 주교는 “숲길을 걸으며 대자연의 품에 안기는 일은 불필요한 쓰레기들과 결별하고 진리의 원천에 다가가는 식별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바오로딸 제공

책의 1부 ‘숲길 단상’에는 가족에 대한 애틋한 사랑, 같은 길을 걷는 이들에 대한 공감, 아픔을 겪는 이들에 대한 연민 그리고 제주 사람들과 제주도의 천혜의 자연을 보듬는 열정을 만날 수 있다. 2부 ‘고백과 위안’에는 강 주교가 그리스도인이자 사목자로서 삶의 중심으로 삼은 진리의 길을, 그리고 그 진리를 구체적인 역사 안에서 소통하며 나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이름을 그대로 인용한 3부 ‘모든 형제들’과 4부 ‘찬미받으소서’에는 교황의 회칙에 대한 가르침과, 이 가르침을 실천에 옮긴 사례들을 담았다. 동시에 코로나19 이후, 기후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관해서도 성찰했다. 5부 ‘평화 기행’에는 베트남 전쟁, 제주 4·3 사건의 의미를 살피면서 구체적인 평화의 행보를 소개하고, 용서 안에 있는 평화의 길을 보여준다.

강 주교는 책을 통해 “숲길을 걸으며 대자연의 품에 안기는 일은 불필요한 쓰레기들과 결별하고 진리의 원천에 다가가는 식별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준다”면서 “또 숲길을 걸으며 창조주가 당신을 닮은 존재로 우리 곁에 동행하게 하신 사람들을 만나고, 우리 사회의 그늘에서 외롭게 고통받고 있는 이들도 만나게 해주시니 이 또한 내게는 큰 은총”이라고 전한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