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한 분의 죽음을 생각해 보며 / 박천조

박천조 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
입력일 2022-07-12 수정일 2022-07-12 발행일 2022-07-17 제 3303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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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라는 것은 인간에게 가장 두려운 순간입니다. 그러하기에 그 죽음을 감내하며 무엇인가를 결정한다는 것은 참으로 많은 고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스스로 죽음을 결정하는 것은 생명을 중시하는 우리 신앙인의 입장에서는 용인되기 어려운 행위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신앙의 아름다운 모습 중의 하나가 죽음의 연원을 떠나 끊임없이 연옥영혼을 위해 기도를 드리는 것이겠지요.

지난 6월 25일 서울 연세대 앞 철길 밑에서는 지금으로부터 31년 전인 1991년 5월 18일 온 몸에 불을 붙여 생명을 마감하셨던 천주교 신자 한 분의 추모비가 세워졌습니다. 그분의 이름은 ‘이정순 카타리나’.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돌아보면 명지대에 다니던 강경대 학생이 학원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 중에 죽음을 맞이했고 거리에는 연일 정부의 강경한 조치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가득할 때였습니다. 그리고 항의하는 학생, 시민들의 죽음이 계속돼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당시 강경대 학생의 장례행렬이 지나가던 때 이정순 자매님은 몸에 시너를 뿌리고 철길 아래로 투신해 숨졌습니다.

자매님은 틈틈이 글을 쓰셨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분의 글 중에는 남북의 하나됨을 염원하는 시가 세 편이 있었음을 훗날 발견하게 됩니다.

그 중 한 편의 시를 소개할까 합니다. ‘우리는 통일할 나라 대한민국/ 우리는 슬기롭고 지혜 있는 국민/ 평화와 청렴결백한 나라/ 의지와 정의가 담긴 신비한 나라/ 힘의 나라/ 작은 보석처럼 반짝이는 나라/ 온 세계가 사랑하는 나라 대한민국/ 대한민국// 당당한 대한민국/ 힘의 나라 통일로 가는 나라/ 대한민국// 우리나라 평화의 나라/ 축복의 나라 통일의 나라/ 대한민국’ (시 ‘통일로 가는 나라 1’)

전문가의 글 솜씨는 아니지만 이정순 자매님의 글귀를 통해 우리나라가 하나 돼 잘되기를 염원하는 소망을 느끼게 됩니다.

추모비 제막식에는 여러 신부님들께서 미사를 집전하시며 이러한 아픔이 더 이상 없기를 바라는 기도를 해 주셨습니다. 마침 제막식이 있던 6월 25일은 6ㆍ25전쟁이 발발한 지 72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현대사의 이 비극을 모두 극복하고 ‘우리나라 평화의 나라/ 축복의 나라 통일의 나라’가 되기를 기도해 봅니다.

박천조 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