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태어나줘서 고마워”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22-07-06 수정일 2022-07-06 발행일 2022-07-10 제 3302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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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박스 소재 영화 ‘브로커’
“버려진 아이 아닌 지켜진 아이”
생명의 소중함 깊이 있게 성찰

영화 ‘브로커’ 포스터. 영화사 집/CJ ENM 제공

“우성이 미래에 대해 다같이 의논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6월 8일 개봉한 영화 ‘브로커’(감독·각본·편집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형사 ‘수진’(배두나)의 말로 끝맺는다. 비 오는 날 베이비박스 앞에 놓인 아기 ‘우성’(박지용), 그 아기를 지키는 여정에서 감독은 어느 한 사람의 책임이 아닌 모두의 책임을 강조한다. 그렇게 ‘생명’을 이야기한 영화는 제75회 칸 국제 영화제에서 한국 최초 남우주연상, 에큐메니컬상을 수상했다. 에큐메니컬상은 인간 존재를 깊이 있게 성찰한 예술적 성취가 돋보이는 작품에 주어진다.

영화 ‘브로커’ 스틸. 영화사 집/CJ ENM 제공

베이비박스를 소재로 한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를 낳은 것과 이를 책임지는 사회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역설한다. 엄마 ‘소영’(이지은)의 “지웠어야 했다고?! 낳고 나서 버리는 것보다, 낳기 전에 죽이는 게 죄가 더 가벼워?”라는 울분 섞인 대사에서부터 베이비박스에 놓인 아기는 버려진 아이가 아니라 지켜진 아이라는 말,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엄마 혼자 다 감당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말까지 영화는 장면과 대사마다 부모 의미와 생명의 소중함, 나아가 힘든 상황에서도 태어난 생명을 지키고 돌보는 일은 모두의 역할임을 상기시킨다.

이러한 메시지는 우성이를 둘러싼 소영과 ‘상현’(송강호), ‘동수’(강동원), ‘해진’(임승수)이 아기를 다른 가정에 보내기 전날 밤 장면에서 잘 드러난다. 우성을 보내기 전 할 말이 없느냐는 물음에 소영은 “무슨 말을 해”라고 하지만, 상현은 “‘태어나줘서 고맙다’ 뭐 그런 말 있잖아”라고 이야기한다. 이때 보육원 아동 해진은 “모두에게 말해 줘”라고 하고, 소영은 잠들기 전 동수와 해진을 포함한 모두에게 말한다. “해진아 태어나줘서 고마워. 상현아 태어나줘서 고마워. 동수 태어나줘서 고마워. 우성아 태어나줘서 고마워.” 그리고 해진도 덧붙인다. “소영아, 소영이도 태어나줘서 고마워.”

이렇게 영화는 생명의 소중함과 베이비박스에 놓인 아이들은 지켜진 아기들이라는 점, 이 아기들이 베이비박스에 놓이지 않기 위해서는 그 책임을 모두가 함께 져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베이비박스 아기들이 ‘태어나길 잘한 것일까?’ 갈등하는 절실함을 마주했을 때, 그 물음에 답할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렇게 밝혔다. “아이들이 태어난 것을 후회하거나, 엄마가 낳은 것을 후회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태어나길 잘한 거야’라고 똑바로 전달할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브로커’는 ‘생명’에 대한 영화다.”

영화는 12세 이상 관람가 129분으로, 극장에서 또는 VOD 서비스로 감상할 수 있다.

영화 ‘브로커’ 스틸. 영화사 집/CJ ENM 제공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