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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 극단주의자의 심리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입력일 2022-06-28 수정일 2022-06-28 발행일 2022-07-03 제 3301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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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이건 종교적 신념이건
지나치게 편향적·극단적일 경우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이들을
혐오하고 제거 대상으로 여겨

독일 나치가 유대인 학살에 사용한 독가스 약통으로 폴란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발견됐다.

사고방식의 지나친 순수함은 좋은 것인가? 극단적 환경보호운동을 비롯한 자연주의자들은 건강한 마음인가?

얼핏 이들은 오염되지 않은 사고방식의 소유자들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스페인 철학자 페르난도 사바테르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그는 자기 의문의 근거로 독일의 히틀러를 예로 듭니다. 그는 동물보호법과 대지보호법을 처음으로 공표한 사람이 독일의 히틀러였다고 합니다.

히틀러는 유대인 학살범으로 아주 잔인무도한 사람으로 교양이라곤 전혀 없는 전쟁광으로 묘사되고 있지만 실제모습은 달랐다고 합니다. 히틀러는 채식주의자, 담배혐오가, 예술애호가였다고 합니다. 또 극단적으로 깔끔함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가 저지른 일들은 너무나도 잔인하고 광적인 것들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가? 극단주의 때문입니다. 심리상담에서는 극단주의를 경계합니다. 지나치게 무엇인가를 혐오하고 지나치게 순수함을 지향하는 것은 그 내면에 정반대의 것이 내재해 있기 때문이고, 자신 안의 부정함을 수용하지 못한 채 극단적인 깔끔함과 혐오의식을 동반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태는 성숙한 상태가 아니라 미성숙한 상태입니다. 이것은 마치 아이들이 배설물을 보고 자기 안에는 그런 것이 없는 양 혐오스러워 하는 심리와 비슷합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들이 정치· 종교계 안에서도 빈번히 일어납니다. 캄보디아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한 크메르 루즈. 프랑스 유학파인 그들은 전 국민이 똑같이 입고 먹고 일하길 원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농촌 사람들을 모델로 삼고 도시 사람들을 혐오해서 강제로 집단수용소에 가두고 심지어 나중에는 고문과 살인행위까지 저지른 자들입니다.

중세 가톨릭에서 자행한 마녀사냥도 같은 극단주의자들이 저지른 일들이었습니다. 우리는 무지한 자들이 마녀사냥을 했을 거라고 추측하지만 사실은 극단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몇몇 사람들에 의해서 저질러진 사건들입니다. 즉 이념이건 종교적 신념이건 지나치게 편향적이고 지나치게 극단적일 경우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혐오감이 생기면서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못하고 제거대상으로 여기는 병적인 심리현상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이런 극단주의는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오늘날에도 극단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순수함 자신들의 정의로움만이 유일무이한 양 하면서 자신들과 반대되는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갖게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언제라도 피바람을 불러올 사람들이기에 경계하고 조심해야 합니다.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