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상)

입력일 2022-06-14 수정일 2022-06-15 발행일 2022-06-19 제 3299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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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람’ 겸손함으로 신앙 실천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 창립자 성 쟌 쥬강(이콘).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의 영성은 창립자 성 쟌 쥬강이 말하는 ‘작은 사람’의 단순함에서 나타난다. 프랑스혁명이 한창이던 1792년 태어난 성인은 자유와 진보를 부르짖는 사람들 사이에서 ‘작은 사람’들에게 드러내시는 하느님의 신비를 순수하게 증거하는 삶을 살아갔다.

어려서 부친을 여읜 성인은 집안 살림을 돕기 위해 16살부터 저택의 주방 보조, 간호조무사 등으로 일해왔다. 성인에게 가난과 믿음은 불가분의 관계였다. 가난과 노동을 경험하며 성장한 성인은 그 안에서 하느님의 부르심을 찾게 된다. 성인은 일하던 어느 날 젊은 선원의 청혼을 두 번이나 받았는데, “하느님께서 저를 원하십니다. 아직 시작되지 않은 사업을 위해 저를 원하십니다”라고 말하며 거절한다. 그리고 25살이 되던 해에 ‘탄복하올 성모 성심 제3회’에 입회, 오직 하느님과 이웃 특히 가장 불쌍하고 소외 받는 형제, 가장 가난한 이들을 섬기기로 결심했다.

“작은 사람이 되세요. 하느님 앞에서 아주 작은 사람이 되세요. 단순하고 겸손한 자세를 간직하세요.”

성인은 생애에 걸쳐 늘 ‘작음’을 당부했다. 이 작음이란 다름 아닌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고백이다. 하느님만이 모든 것이고, 하느님께서 아무것도 아닌 우리를 채우신다는 것이다. 그 믿음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심을 알고, 하느님을 사랑했기에 가능했다.

성인은 ‘탄복하올 성모 성심 제3회’ 회원으로 20여 년간 생활하면서 예수님과 성모님의 신비를 관상함으로써 영혼을 순수하게 정화시켜 나갔다. 그러면서 ‘작은 사람’의 단순함으로 신앙을 실천했다.

성인은 47세가 되던 1839년 겨울의 어느 저녁, 눈 멀고 반신불수로 구걸하다 길에 쓰러져 있던 할머니 한 분을 모셔왔다. 성인은 자신의 침대를 내주고 지극정성으로 할머니를 돌봤다. 바로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의 시작이다. 그렇게 모셔온 어르신이 한 명, 두 명 늘어나 1843년에는 40명에 이르렀고, 성인의 모습에 감화된 젊은이들이 이 일에 동참했다.

성인은 수도회 초대 원장으로 추대됐지만, 곧 원장직을 부당하게 박탈당했다. 심지어 수녀회 설립 역사조차 왜곡되고 말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성인이 창립자이자 초대 원장이었다는 사실조차 잊혀졌다.

성인은 그런 상황 속에서도 가난한 이들을 위해 모금을 하러 다니는 역할을 묵묵히 수행했다. 성인은 침묵과 온유, 내맡김으로 하느님 앞에서 작은 사람으로 살아갔다. 성인과 함께 생활하던 수련자들은 성인이 창립자라는 사실은 알지 못했지만, 성인의 영성에 큰 영향을 받았고 수녀회에 성인의 영성이 이어질 수 있었다.

성인이 선종한지 20여 년이 지나서야 성인이 수녀회의 창립자였음이 드러났다. 그리고 생전에 성인을 통해 일어난 기적들도 알려지게 됐고, 성인의 전구로 치유의 기적이 일어났다. 마침내 성인은 1982년에 시복, 2009년에 시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