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제25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심사평

제25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심사위원회
입력일 2022-04-19 수정일 2022-04-19 발행일 2022-04-24 제 3291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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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환경 주제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 담아

코로나19 상황에서 발표된 강영숙의 「부림지구 벙커X」는 ‘부서지기 쉬운 인간’에 대한 성찰의 서사다. 지진으로 파괴되고 심하게 오염된 공간 부림지구를 가상으로 설정하고, 오로지 불안과 공포만으로 점철된 삶의 생태를 핍절하게 형상화한 장편이다. 작가는 우리 시대의 환경이라는 주제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의 벼리를 보인다.

환경과 인간의 상호작용, 상생과 불화의 문제, 인간 중심주의에 대한 비판적 성찰, 자연적 재해 상황과 정치 경제적 계급 상황의 복잡한 함수 관계 등 대단히 복합적인 환경인문학의 과제에 도전한다. 제도적으로 관리하고 폭력적으로 문명을 구가하려는 쪽과, 이를 거부하면서 자연적으로 자기 삶의 터전에서 가능한 삶을 지속하고 싶어하는 사피엔스의 초상이 거울처럼 마주 보고 있는 형상이다.

인간에 대한 겸허한 성찰의 세목이 특히 빛난다. 재난 상황을 직조하는 구체적이고 물질적인 수사학의 전개는 독자에게 설득력 있는 호소력으로 다가온다. 지구 환경이 파국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절박한 상황 인식이 전 세계에 확산하는 가운데 일종의 고해성사처럼 제출한 「부림지구 벙커X」는 회개와 재생의 의미심장한 기획을 함축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의 현대시에 난해성의 폐단이 나타나게 되었다. 시가 자연을 읊조리는 데서 벗어나 지성과 의식으로 창작되어야 한다는 모더니즘의 의도는 긍정될 수 있지만 작자 자신도 자기의 시를 이해 못하며 쓰는 듯한 난해시의 범람이 나타났다.

한경옥의 시집 「말에도 꽃이 핀다면」은 질박한 일상의 언어로 표현하지만 의미를 심화하는 형상화를 거쳐 인간과 자연에 영성을 소통시키는 데까지 이르고 있다. 오늘의 젊은 세대 문학에 신선한 통풍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제25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