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가정의 해'에 만나는 성가정] (9)안양중앙본당 김민섭씨 가족

이재훈 기자
입력일 2022-04-06 수정일 2022-04-06 발행일 2022-04-10 제 3289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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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작은 교회… 함께 기도하며 신앙 키워갑니다”

 어머니는 연령회서 활동하고
 아버지·장남은 장애인 교리교사
 차남은 신학교 입학 준비 중
“부모 활동이 최고의 신앙 교육”

김민섭씨 가족이 지난해 12월 26일 제2대리구 안양중앙성당에서 봉헌된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미사에서 김형중 주임 신부(맨 오른쪽)에게 성가정 축복장을 받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차남 김동준씨, 어머니 이지선씨, 아버지 김민섭씨, 장남 김동규씨.

김민섭(베네딕토·53·제2대리구 안양중앙본당)·이지선(체칠리아·51)씨 부부는 지난해 본당으로부터 ‘교구장 성가정 축복장’ 수여 대상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부부는 12월 26일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교중미사에서 장남 김동규(토마스아퀴나스·24), 차남 김동준(요한 세례자·20)씨와 함께 성가정 축복장을 받았다.

남편 김씨는 “우리 가정이 받아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생각해보니 더 열심히 봉사하라는 뜻에서 상을 주신 것 같다”며 “그 뜻에 따라 앞으로 더 열심히 신앙생활과 봉사를 할 것”이라 약속했다.

아내 이씨는 “상을 받게 됐다는 소식을 본당에서 들었을 때, 저를 신앙으로 이끄셨던 외할머니가 떠올랐다”며 “1986년 저를 서울 제기동성당에 데려가시면서 하셨던 ‘네가 신앙의 뿌리가 되어 가지를 많이 내릴 거다’는 그 말씀이 그대로 이뤄진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인터뷰 중 김씨 가족은 스스로를 ‘헤쳐 모여’ 가족이라 소개했다. 하지만 본당에서 김씨 가족은 ‘똘똘 뭉쳐 봉사하는 가족’으로 통한다.

함께 봉사하며 주위의 부러움을 사는 김씨 가족이 성가정 표창을 받을 때, 당시 본당 보좌 임현택(토마스) 신부는 “받을 만한 가족이 받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족 안에 봉사의 씨앗을 심은 건, 아내 이씨였다. 그는 1991년 제기동본당을 시작으로 주일학교 교사로 30년째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지역장도 맡아 봉사하는 이씨는 올해부터 ‘연령대에 따라 봉사도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본당 연령회 단원 및 교구 연령회 연합회 사무국장으로 봉사 중이다. 아내 이씨처럼 남편 김씨도 어려운 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생각에 2012년부터 본당 장애인 주일학교 ‘무지개’ 교사로 활동 중이다.

부부의 든든한 봉사 파트너는 두 아들이다. 우선 큰 아들 동규씨는 2년 전 본당 주변 장애인 복지관에서 했던 대체복무가 계기가 돼 아버지 김씨와 함께 ‘무지개’에서 교사로 봉사를 시작했다. 그 전에는 어머니와 함께 본당 주일학교 교사로 2년간 함께 봉사했다.

차남 동준씨도 빼놓을 수 없다. 첫영성체 이후 본당 복사단에서 봉사를 시작한 동준씨는, 이를 계기로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사제성소를 찾고 응답하고자 예비신학생 모임에도 꾸준히 참가했다. 지금도 틈틈이 가족의 봉사를 돕는 그는 올해 신학교 입학을 준비하고 있다.

김씨 부부는 “신앙생활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부모가 올바른 신앙을 바탕으로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자녀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신앙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이라 꼽았다. 이씨는 특히 “가족은 ‘작은 교회’라 할 수 있기에 서로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갖는 게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부부는 두 아들이 사춘기를 겪을 때에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부부는 “자녀가 우리 모습을 보고 스스로 신앙을 선택했고, 언제나 하느님을 잊지 않고 있는 게 보였다”면서 “신앙을 바탕으로 자신의 길을 스스로 선택해 가는 아들들을 믿었다”고 밝혔다.

같은 단체에서 함께하는 봉사는 가족 간 소통에도 도움이 됐다. 특히 부모와 자녀 간 소통을 돈독하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두 아들은 아버지 김씨와 봉사를 통해 형성된 동반자적 관계를 가족 간 대화에 잘 녹여내고 있었다.

동규씨는 “같은 단체에서 봉사하다보니, 자연스레 성당에서 있었던 일로 아버지와 대화를 틀 수 있게 됐다”며 “같은 곳에서 같이 봉사하기에 서로 의지가 되고 신앙적인 부분에서도 돈독해지는 느낌이 들어 더 좋다”고 말했다.

김씨 가족은 신앙의 가장 큰 위기로, 두 아들이 장성하면서 각자 삶에 바빠 함께하는 시간이 적어지는 것을 꼽았다. 동규·동준씨가 중·고등학교 재학 때는 매일 저녁 가족이 모여 함께 기도했지만, 지금은 동준씨가 학교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고 가족 모두 직장 일로 바빠 같이 모이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족은 최대한 함께 모이는 시간을 마련하고 집에서 기도를 바친다. 이때는 온 가족이 주위 사람도 함께 하느님 은총을 받기를 지향하며 기도한다. 하느님의 가르침은 함께 나눌 때 빛을 발한다는 생각에서다. 가족은 동준씨가 여름방학을 맞는 6월부터는 집에서 매일 30여 분 동안 함께 모여 성경 말씀을 나눌 계획이다.

“가톨릭신문과의 인터뷰 또한 가족 신앙을 더 돈독히 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 감사하다”는 김씨 가족. 가족은 “인터뷰를 하면서 그간 신앙적으로 흔들릴 때 잡아준 사목자들과 본당 내 형제자매들 생각도 많이 났다”면서 “이분들의 사랑을 기억하고 앞으로 더 좋은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리라 다짐한 소중한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서로 한 가족이 되고 신앙을 알고 물려줄 수 있어 기쁘다”는 부부. 동준씨는 마지막으로 “각자 자기의 위치에서 책임을 다하고, 앞만 보고 달리기보다 주변을 살필 줄 아는 가족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재훈 기자 steelheart@catimes.kr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