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펴낸 한재호 신부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22-04-05 수정일 2022-04-06 발행일 2022-04-10 제 3289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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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 듣는 음악처럼 성경 읽기도 일상의 한 영역 되길”
성경 읽기와 묵상법 쉽게 풀어내
성경을 잘 모른다 말하는 신자들
주눅 들어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워
낙담하지 말고 부담없이 읽다보면
말씀 듣는 가운데 영혼도 자라나
부모님 말씀 좀 들어라’, ‘스승님 말씀을 잘 들어야지’…. 누구든, 어릴 때나 나이 들어서나 자주 듣곤 하는 말이다. 게다가 하느님 말씀이라면? 더욱 잘 듣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면 듣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듣다’는 단순히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만이 아니다. 그 말을 이해하고 받아들여 그렇게 한다는 뜻을 품고 있다. 따라서 궁극적인 결과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특히 그리스도인들은 평소 성경을 통해 하느님 말씀을 듣는다. 그 말씀을 제대로 듣기 위해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고 꾸준히 실천하려고도 노력한다. 한재호 신부(루카·광주가톨릭대 교수)는 이와 관련해 고민하는 신자들은 물론 성경공부 봉사자들과 사목자들을 위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268쪽/1만5000원/성서와함께)를 집필했다. 말씀을 잘 듣기 위한 ‘성경 읽기와 묵상의 방법과 실제’를 담아낸 책이다.

한 신부는 “우리가 항상 말씀을 접하면서도 은혜로운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은 말씀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한다. 개신교 신자 등에 비해 ‘가톨릭 신자들은 성경을 잘 모른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도 토로한다. “그건 형제 중 가장 맏이이고 부모님을 가장 사랑하는데, 정작 부모님과 그 말씀에 대해 잘 모른다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사목현장에서 길어 올린 경험을 들어 “신자들이 성경 앞에서 너무 주눅 들어 있는 듯하다”고도 말한다. 때문에 신자들이 종종 명망 있는 성경공부 강사나 봉사자 등을 통해 성경을 ‘공부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한재호 신부는 성경을 공부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희망을 갖고 성경을 읽어나가길 바란다고 조언한다.

한 신부는 먼저 누구나 ‘희망’을 갖고 부담없이 성경을 읽어나가길 바란다고 조언한다. “하느님께서는 바로 나에게 말씀을 하고 계시고 그래서 내가 읽고 내가 쓰고 내가 알아들어야 한다”며 “개개인이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대단한 역량이 있어서가 아니라 바로 하느님 말씀의 힘 덕분”이라고 강조한다.

“말씀이 우리를 움직이십니다. 우리가 말씀이 계시는 하늘로 간 것이 아니라 말씀이 사람이 되어 우리 곁에 오셨습니다. 우리가 귀를 열기만 하면 말씀이 지닌 힘이 우리를 움직이고, 나와 내 삶은 틀림없이 변화됩니다.”

한 신부는 또한 “말씀을 듣고 살아가는 데에는 왕도가 없고, 누구나 성경을 읽을 때마다 감동과 새로움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성경을 정복 혹은 성취의 대상으로 여기지 말고 일상의 한 영역으로 삼길 바란다”고 전한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이라도 처음부터 전체 곡을 다 알고 좋아하지 않을 수 있지만, 자꾸 듣다보면 다른 노래도 좋아지고 가사의 뜻이 와 닿기도 하는 경험과 비슷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성경을 읽어도 자꾸 내용을 잊어버리게 되고 별 감흥이 없다고 낙담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콩나물 키우는 법을 떠올려보시면 어떨까요. 물을 부어도 콩나물은 그 물을 다 흡수하는 게 아니라 흘려보냅니다. 하지만 그 사이 자라납니다. 우리도 말씀을 통해 하느님께서 주시는 메시지를 잊어버릴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 말씀을 듣는 가운데 우리의 영혼도 자라납니다.”

이 책에서 한 신부는 성경을 대하는 태도를 시작으로 성경의 영성적 의미, 전례 안에서 성경 읽기, 복음이 우리 삶에 육화되는 과정으로서의 묵상 등에 관해 알기 쉽게 소개했다. 특히 성경을 읽다가 떠오르는 ‘물음표’를 내 삶에 적용하고 변화의 감동으로 이끄는 ‘느낌표’가 되도록 돕는 ‘주도면밀한 성경 읽기’에 관해서도 꼼꼼하게 풀어냈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