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희망 되찾았습니다, 나눠주신 사랑 덕분에”

우세민 기자
입력일 2022-03-29 수정일 2022-03-29 발행일 2022-04-03 제 3288호 5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통해
성금 전달 받은 응우옌씨
적기에 비인두암 치료 받아
목사와 사제 협력으로 도움
그리스도교 일치 의미도 지녀

(왼쪽부터)박성민 목사, 응우옌씨, 성용규 신부, 정민철 목사가 3월 25일 응우옌씨의 퇴원을 기뻐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말 괜찮아요? 기적입니다. 한번 안아봅시다!”

비인두암을 앓던 베트남인 응우옌 반 두엔(Nguyen Van Duyen·야고보·49)씨의 암세포가 모두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은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박성민 목사는 응우옌씨를 보자마자 포옹했다. 응우옌씨는 “감사드린다는 말밖에 더 드릴 말씀이 없다”며 “저를 도와주신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죽을 때까지 기도드리겠다”고 말했다.

응우옌씨의 사연이 본지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2021년 12월 25일자 4면)에 소개된 후, 독자들은 모금기간 동안 총 7006만4728원의 성금을 보내왔다. 도움을 요청하던 때에는 암세포가 얼굴과 목까지 번지고 있었던 상황. 더 이상 치료받을 돈이 없었던 응우옌씨는 ‘이제 마지막이구나’라는 절망에 빠져 있었다. 그랬던 응우옌씨에게 독자들이 보내준 정성은 그야말로 한 줄기 생명의 빛이요, 희망의 빛이었다.

지난해 8월 처음 비인두암 진단을 받은 응우옌씨는 치료를 받기 전에 이미 가진 돈과 빌린 돈을 모두 써버렸다. 응우옌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대구이주민선교센터에 문을 두드렸다. 박성민 목사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그를 도왔지만 치료비가 턱없이 부족해 고민에 빠졌다. 박 목사는 답답한 마음에 성용규 신부(도미니코·대구대교구 구미 신평본당 주임)에게 고민을 털어놓았고, 가톨릭신문사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성 신부와 박 목사는 원래 대구위드교회 정민철 목사와 함께 사회적 약자를 돕기 위한 ‘위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정민철 목사, 이하 위드의료사협) 창립을 준비하던 사이였다. 창립 준비 중 응우옌씨를 알게 된 세 사람은 “우리가 함께 응우옌씨를 돕는 일이 그리스도교 일치의 새 모델이 될 수 있다”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모으게 됐다.

성 신부는 “독자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중요한 치료시기를 놓칠 뻔했는데, 이렇게 잘 낫게 되어 정말 기쁘다”며 “독자들이 보내주신 정성은 그리스도교회가 벽을 넘어 화합하면서 우리 사회의 어려운 분들을 위해 더욱 노력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정 목사도 “더 이상 돈이 없어 죽어가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그리스도인들이 위드의료사협과 같은 곳에 관심을 더 많이 가져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해 12월 창립한 위드의료사협은 오는 5월 대구에 병원을 개원할 예정이다.

응우옌씨는 4월 중 베트남으로 돌아간다. 암세포는 모두 사라졌지만 건강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고향에서 가족들과 지내며 몸을 추스를 계획이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