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앙을 새롭게
-박 박사: 프란치스코 교황은 개막 연설에서 시노드를 통해 “또 하나의 교회를 만들어낼 필요는 없지만… 다른 교회, 곧 하느님께서 제시하고자 하시는 새로움에 열린 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미래가 없는 박물관 교회가 되지 않게 지켜 주소서”라고 청했다. 이 말씀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한국교회는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윤 수녀: 새로움에 열린 교회는 성령에 열린 교회다. 수도자로서 저는 저의 직분에 맞는, 제가 인식하는 보편적 신앙에 충실하고 성화를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한국교회, 하느님 백성 전체가 변화되어 나아가는데 있어서 그 작은 출발점이 되는 세포가 되기를 바란다.
▲한 신부: 하느님에 대한 신앙을 새롭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노드 자체가 신앙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교황도 이번 시노드가 우리들 각자가 자기 자리에서 복음을 선포하고, 친밀함의 교회가 되는 기회가 되라고 권고했다. 하느님을 새롭게 만나고 이웃에게 행복하게 다가가서 나누는 교회, 세상 속에 더 들어가는 교회가 되라고 했다.
▲최 교수: 교회는 같은 신앙을 고백하고 같은 성사를 베풀지만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변하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 안에서 20대라고 다 같은 20대가 아니다. 20대 초반과 중반의 젊은이들이 다르다. 서로 다른 사람들에게 같은 이야기를 하면 듣지 않는다. 예컨대, 수입의 80%를 수입차 할부에 쓰는 젊은이들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해선 안 된다. “왜?”라며 귀기울여 듣는 자세가 필요하다. 내게 의미 있는 예수가 그들에게도 의미가 있다고 말하려면, 먼저 경청해야 한다.
■ 이제부터 시작, 함께 걸어가자
▲김 신부: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첫째는 의견을 개진하고 식별하며 공유하는 ‘시노드적 공론장’을 마련해야 한다. ‘하느님 백성만의 공동체적 삶’의 외형적 기초를 마련할 수 있는 교회적이며 시노드 정신을 담은 공론장이 교구와 본당에 다양한 형태로 마련돼야 한다. 둘째, 시노드적 ‘식별’을 가능하게 하는 ‘양성’의 노력이 필요하다. 하느님 백성의 신앙 감각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복음적인 것이 정말 무엇인지를 알아야 올바른 ‘식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셋째, 내적 및 외적인 ‘시노드적 개선’이다. 외적으로는 공의회 이후 강조되거나 제정된 평의회와 자문기구들을 시노드 정신에 입각해 개선해야 한다. 내적으로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시노드적 혹은 공동체적 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동반자적 의식 함양’이 요청된다.
-박 박사: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소통을 못하고 있던 교우들은 지금 제한적으로나마 비대면 모임을 하면서 행복해하고 있다. 팬데믹은 신앙과 전례, 공동체의 중요성을 더 깊이 일깨워주고 있다. 그런 면에서 시노드가 비대면 상황에서 개최된 것이 더 호기가 될 수도 있다.
새로운 길이 아니라 늘 있었으나 실현되지 않았던 길을 찾아가는 과제를, 성직자에게 일방적으로 부과하는 것이 아니고 상호 책임성에 바탕을 두고 기쁘게 참여한다면, 시노드는 위기의 시대에 시대의 요청을 실현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시노드 교구 단계는 마무리라기보다는 첫 신발 끈을 동여맨 것에 불과하다. 이제 함께 걸어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