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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95주년 기념사] 95주년, 평화의 도구가 되겠습니다

입력일 2022-03-22 수정일 2022-03-22 발행일 2022-03-27 제 3287호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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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95주년이나 됐습니까?’ 많은 분들이 묻습니다. 2022년 4월 1일, 가톨릭신문 창간 95주년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입니다. 곧 한 세기에 다다를 긴 시간 동안, 가톨릭신문은 여러분 신앙의 동반자로 한 길을 걸어왔습니다. 매주 독자 여러분들을 찾아뵈었습니다.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인사 드립니다.

저 또한 이 자리를 빌려 독자 여러분들께도 여쭤봅니다. 가톨릭신문은 여러분들에게 어떤 존재입니까? 저와 가톨릭신문 임직원들 또한 꾸준히 성찰하며 답하고 있습니다. 95년을 거슬러 올라간 첫 자리, 당시 우리의 신앙 선배들은 일제침략기라는 어두움 속에서도 “듣고 싶고, 말하고 싶고, 적고 싶은 신자들의 소망과 열정을 대신한다는 사명감”으로 가톨릭신문을 창간했습니다.

이 시대에도 가톨릭신문의 역할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먼저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명료하게 전해드립니다. 우리 모두 그리스도인으로서 굳건히 생각과 말과 행동을 하기 위해 그 가르침을 알아야 합니다. 또한 그리스도인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해 지면에 담아 전해드립니다. 단순히 소식 전달에 그치지 않고 그 울림이 신앙의 생활화에 힘이 되도록 더하는 노력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을 한 번 둘러봅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평화의 기도’가 더욱 절절히 읊조려지는 시기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해를 넘기고 또 해를 넘겨 기세를 부려 삶의 뿌리마저 흔들릴 지경입니다. 러시아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도 ‘남의 일’이 아닙니다. 전쟁은 항상 부당합니다. 단순히 우리네 밥상경제를 흔드는 정도가 아니라 인류의 모든 것을 파괴하기 때문입니다. 대선 후유증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헌정 사상 가장 근소한 표 차이로 당락이 갈리자, 당선 쪽이든 낙선 쪽이든 크고 작은 ‘선거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습니다.

우리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볼 때입니다. 불안과 두려움은 떨쳐내야 합니다. 편견과 편향은 극복해야 합니다. 서로 협력하고 일치해 공동선을 향해 나아가는 사회는 누구에게나 도움이 된다는 것을 체험하길 기대합니다. 이 모든 것은 하느님에 대한 굳건한 믿음으로, 그 말씀을 실천할 때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이에 현 시대의 징표를 여러분과 함께 읽고, 진정 하느님 뜻에 맞갖은 삶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특히 경청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소리를 듣고, 그 소리가 서로 교류하는 장을 만들고, 그 소리를 전달하는 다리가 되어 교회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신문이 되겠습니다.

평화의 도구로 써 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믿음을

잘못이 있는 곳에 진리를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둠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오는 자 되게 하소서

이 모습으로 늘 여러분 곁에 있기 위해 한 번 더 듣고, 한 발 더 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가톨릭신문사 사장

김문상 디오니시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