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꽃잎 한 장처럼」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22-03-16 수정일 2022-03-16 발행일 2022-03-20 제 3286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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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 지음/오리여인 그림/368쪽/1만6000원/샘터
봄이 와도 여전히 얼어붙은
시대의 아픔에 건네는 위로
“살아갈수록/ 나에겐/ 사람들이/ 어여쁘게/ 사랑으로/ 걸어오네.”

이해인 수녀(클라우디아·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의 시 ‘꽃잎 한 장처럼’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해인 수녀의 새 시집 제목이기도 한 이 시에서 그는 아프고 힘들어하는 이들을 위해 봉헌하는 기도를 ‘꽃잎 한 장의 무게’로 표현한다. 그러면서 잠 못 들게 하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꽃잎으로 포개어 천국에까지 들고 가겠다고 시를 마무리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쓰인 시와 글 70여 편과 작은 메모 100여 편은 불안과 우울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해인 수녀가 건네는 위로의 편지다. 너무나 달라진 삶의 모습들과 그 안에서 감사함과 희망을 발견하려는 그의 마음이 글 안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런 시기일수록 혼자 살아갈 수 없는 것을 더욱 잘 느끼게 된다는 그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향기로운 웃음을 꽃피우려면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깊은 인내와 강한 의지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더욱 알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는 최근에 지은 시(지면에 발표한 시 포함)를 담아냈고 2부에는 2019년 12월부터 2년간 일간지에 연재했던 글을, 3부에는 서울 천호동 화재 희생자 추모 시와 세월호 생존자 격려 글,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고(故) 박완서(정혜 엘리사벳) 작가를 기리는 글 등 다양한 기념 시와 글이 실려 있다. 마지막 4부에는 지난 1년 간 일상을 메모해 둔 일기 노트의 일부분을 실었다. 시집은 출간되자마자 교보문고 시 분야 베스트셀러 3위에 올랐다.

올해 희수(喜壽)를 맞아 “77세답게, 50년 이상을 수도원에서 살아온 수녀답게 곱절로 더 기쁘게 더 행복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는 이 수녀는 책에서 누군가 본인에게 언제 특별히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매 순간이 설렌다고 답할 것”이라고 호기롭게 말한다. 오히려 한 발 더 나아가 “행복과 숨바꼭질하는 설렘의 기쁨이 가슴 뛰게 만드니 삶이 지루할 틈이 없다”고, 그러니 우리도 누구를 기쁘게 해줄 궁리를 하면서 행복하자고 손을 내민다.

시간이 흘러도 하느님 앞에서 여전히 ‘소녀’인 이해인 수녀는 독자들에게 책 서문에서 이렇게 ‘사랑의 인사’를 건넨다.

“오래오래/ 고맙다는 말만 하고 살자/ 이 말 속에 들어 있는/ 사랑과 우정/ 평화와 기도를/ 시들지 않는/ 꽃으로 만들자.”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