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토마스. 그는 1909년 10월 26일 만주 하얼빈역에서 일본 제국주의의 선봉장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한민족의 영웅으로, 우리는 그를 안중근 의사(義士)라고 부른다.

안 의사는 투철한 신앙인으로, 가톨릭 신앙을 실천하며 제국주의 침략으로 고통받는 민중들의 아픔에 함께했다. 일부 학자들은 그의 의거도 신앙의 연장선상에서 한 행동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평화주의자로 제국주의 팽창 시대에 동양의 평화, 세계의 평화를 고민하고 모색했다. 그의 고민은 ‘동양 평화론’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하지만 교회는 오랫동안 그를 ‘암살자’로만 치부했다. 당시 조선교구장 뮈텔 주교는 “안중근은 살인자로 자기 잘못을 뉘우치는 공적인 표지를 보이지 않는 한 가톨릭교회의 자녀로서 성사를 받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한국교회 안에서 안 의사에 대한 평가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1979년 그의 탄생 100주년 기념미사가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됐고, 1993년 고(故) 김수환 추기경은 안 의사의 첫 공식 추모미사를 집전했다. 이 미사에서 김 추기경은 안 의사를 다시 가톨릭신자로 받아들였다. 그의 의거 또한 일제의 무력 침략 앞에 독립전쟁을 수행하는 행위였으므로 정당방위로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교회 안에서 안중근 의사의 신앙과 평화사상을 알리려는 노력은 부족해 보인다. 신자들조차 그가 가톨릭 신앙인이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제라도 한국교회가 안 의사의 신앙을 재조명하고, 그의 신앙과 평화사상을 널리 알리는 노력을 기울이길 바란다. 안 의사가 참 신앙인이자 평화의 수호자로 널리 알려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