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신앙인 안중근’ 현양 노력 절실하다

우세민 기자
입력일 2022-03-15 수정일 2022-03-15 발행일 2022-03-20 제 3286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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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 삶과 신앙 진면모 재평가 돼야
“모든 행동의 근거는 신앙”
소극적인 기존 평가 벗어나
신앙 모범·평화 정신 알려야

서울 안중근의사기념관 입구의 안중근 의사 동상.

신앙인 안중근(토마스·1879~1910)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잘 알고 있나. 안중근 의사는 제국주의 침략으로 고통받는 민중들의 아픔에 함께하며 가톨릭 신앙에 근거한 평화를 외쳤다. 그동안 암살자로 오해됐던 안 의사에 대한 일부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신앙인의 모범으로서 면모를 밝히고 현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그의 신앙을 재평가하면서, 시복 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 또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안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하얼빈 의거에 대해 조선교회로부터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 당시 조선교구장 뮈텔 주교는 “안중근이 살인자로서 자기 잘못을 뉘우치는 공적인 표지를 보이지 않는 한 가톨릭교회의 자녀로서 성사를 받을 수 없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해방 이후 한국교회는 그의 의거에 대해 ‘신앙에 의한 정당방위’라는 평가를 내린다. 1993년 8월 21일 당시 서울대교구장 김수환 추기경(스테파노·1922~2009)은 안 의사의 공식 추모미사를 봉헌하며 “그분의 의거는 일제의 무력 침략 앞에 독립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의 행위였으므로 정당방위이며 의거로 보는 것이 마땅하다”고 사실상 복권의 뜻을 밝혔다. 정진석 추기경(니콜라오·1931~2021)도 2009년 “안타깝게도 가톨릭교회는 오랫동안 ‘살인은 불가하다’는 교리를 들어 신앙인으로서 안 의사에 대한 평가를 소극적으로 해왔다”며 1993년 김 추기경의 복권 의사를 재확인했다. 이는 하느님 말씀을 체화해 실천으로 옮긴 참 신앙인으로서의 안중근, 또한 하얼빈 의거를 통해 보편적 사랑의 모습을 드러낸 진면모에 대한 재평가로 해석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교회는 안중근의 신앙을 알리는 노력에 소극적이다. 많은 신자들은 안중근이 가톨릭 신자였는지 아직 모르고 있으며, 알더라도 의거 전후 성호를 그었다는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이제까지 도외시했던 안 의사의 신앙에 대해 재조명하고, 추가적인 연구에 앞장서야 한다. 특히 나라와 나라 간 협력과 평화체제를 주창한 그의 ‘동양평화사상’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원장 김동원(비오) 신부는 “안중근의 신앙을 교육하고 현양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그의 동양평화사상을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에 알리고, 평화 정신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두물머리복음화연구소 황종렬(레오) 소장은 “안 의사는 깊은 신심으로 교회와 민족을 사랑했으며, 정의를 바로잡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명백한 의식을 갖고 있었다”며 “시복을 위해서는 안중근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 의사의 삶과 신앙을 올바로 이해하고, 시복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알아보기 위해 가톨릭신문(사장 김문상 디오니시오 신부)은 특별 좌담을 마련했다. 3월 10일 오전 11시 서울 동자동 서울역사 회의실에서 열린 좌담에는 안중근바보장학회 대표이사 방상만(베드로) 신부,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조광(이냐시오) 고려대 명예교수, 전 대구가톨릭대학교 안중근연구소 소장 이경규(안드레아)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가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좌담에서는 안 의사의 모든 행동의 근거가 신앙임을 확인하고, 하얼빈 의거 전후 상황에서부터 현재까지 한국교회와 안 의사의 관계에 대해 살펴봤다. 또 신앙의 모범으로서 안 의사를 복자 반열에 올리는 문제에 대해 검토하고,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도 토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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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