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병영일기] 위기에 대처하는 마음가짐 / 문상준 중령(진)

문상준(가브리엘) 중령(진) / 합동참모본부
입력일 2022-03-07 수정일 2022-03-08 발행일 2022-03-13 제 3285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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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022년도 두 달이 넘게 지났습니다. 올해는 새해 벽두부터 나라 안팎으로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계속되는 오미크론 확산,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에 긴장이 조성되는 등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에 큰일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위기는 시기를 가리지 않고 나라뿐 아니라 기업이나 사람에게도 찾아오곤 합니다. 군인들은 위기를 극복해 내는 것이 업(業)입니다.

보통 위기가 찾아오면 사람들은 실망하고 기가 꺾이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최근 저는 존경하는 분과 위기에 관해 대화를 나누면서, 위기를 대하는 시각을 조금 달리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분이 위기를 극복해 온 비법을 설명해 주시면서 알려 주신 구절은 바로 「맹자」(孟子) ‘고자장구 하’(告子章句 下) 15장입니다.

故天將降大任於是人也(고천장강대임어시인야, 그러므로 하늘이 어떤 사람에게 장차 큰 임무를 내리려 하실 적에는)

必先苦其心志(필선고기심지, 반드시 먼저 그의 심지를 괴롭게 하고)

勞其筋骨(노기근골, 그의 육신을 수고롭게 하며)

餓其體膚(아기체부, 그의 위장을 굶주리게 하고)

窮乏其身(궁핍기신, 그의 몸을 곤궁하게 하여)

行拂亂其所爲(행불란기소위, 그의 모든 행위가 마음대로 되게 하지 않게 함으로써)

所以動心忍性(소이동심인성, 이같이 그의 마음을 분발시키고 그의 성정을 참을성 있게 만들고)

增益其所不能(증익기소불능, 그의 능력을 더 배가시켰다.)

그날 저는 바로 「맹자」를 사서 읽었습니다. 같은 구절을 반복해서 읽어 보면서 경험에서 우러나온 비법을 전수받고 감동을 느꼈습니다.

성경에도 비슷한 말씀이 있습니다. “시련을 견디어 내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그렇게 시험을 통과하면, 그는 하느님께서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약속하신 생명의 화관을 받을 것입니다”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야고 1,12) 성경에 기록된 이 말은 또한 제가 20년 전 육군사관학교 가입교 기간 동안 기초군사훈련을 받을 때 항상 들어왔던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강하게 할 뿐이다!”라는 선배들의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습니다. 진리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보편적으로 존재한다고 느껴졌습니다.

저의 경우 사랑하는 사람들의 지지와 위로를 통해 만나는 위기를 극복해 왔습니다만, 돌아보면 위기를 겪을 그 당시에는 ‘여기에서 멈추고 싶다’라는 약한 마음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대화 이후로 「맹자」 ‘고자장구 하’ 15장은 이제 제가 「맹자」에서 제일 좋아하는 구절이 됐습니다.

모두 올해에는 위기를 맞으시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그 위기를 오히려 기쁘게 받아들여 기회라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가일층 발전시킬 계기로 변모시키길 기원합니다.

문상준(가브리엘) 중령(진) / 합동참모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