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 부정적 관심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입력일 2022-02-23 수정일 2022-02-23 발행일 2022-02-27 제 3283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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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에게 갖는 지나친 관심
병적인 자기감정이 드러나는 것
자신의 삶에 마음이 없을 때
남의 일에 집착하는 경우 많아

사회란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살아가는 장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얽혀 살아가다보니 다른 사람들의 일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 한마디씩 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기본적으로 좋은 일입니다.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주는 인정과 관심을 받으며 성장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런데 가끔은 관심이 지나칠 경우가 있습니다. 본당 사목을 하며 다른 사람들의 일에 지나치게 부정적인 관심을 갖는 분위기가 가장 골치 아팠습니다. 강론 때 “다른 사람들의 일에 관심 갖지 말라”고 하고 심지어 책 제목도 「너나 잘해」로 내기도 했습니다. 뜬소문은 공동체를 시끄럽게 만드는 원인인데 쉽게 사라지질 않습니다. 도시건 시골이건 가는 곳마다 같은 일들이 반복되더군요.

지나친 관심은 병적인 자기감정이 드러나는 경우라, 관심을 드러내는 사람이나 관심의 대상이 된 사람이나 모두에게 좋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일에 지나친 관심을 갖는 분들을 위한 글하나 올립니다. 남의 일에 지나치게 매달리게 될 때 이글을 읽어보시고 잠시 물러나서 자기수련에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나에게는 나의 일 당신에게는 당신의 일/ 내가 당신의 기대에 부응해서 살기위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고/ 당신도 나의 기대에 부응해서 살기위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 당신은 당신/ 나는 나/ 만약 우리가 서로를 이해한다면 그것은 아름다운 일/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게슈탈트 기도문)

어떤 수도원장이 갓 들어온 수도자와 장을 보러가게 됐습니다. 그런데 길을 가다 어떤 여인이 수도원장을 보고 아주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평소에 무뚝뚝하기로 소문난 수도원장도 그때는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한 채로 길에 서서 그 여인과 긴 대화를 나누며 갈 생각을 안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신입 수도자의 머릿속은 복잡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 여인이 도대체 누구일까? 어떤 관계일까?’ 생각할수록 부정적인 쪽으로 생각이 치달았습니다. 수도원에 돌아와 저녁기도를 바치는데도 생각이 떠나질 않아 결국 다른 수사들에게 말했습니다. 수사들이 그럴 리가 없다고 하자 수도원장을 찾아가 직접 물었습니다. 그런데 당황해 할 줄 알았던 수도원장은 “누구?”하고 반문을 하는 것입니다.

“아까 길에서 만난 아주 이쁜 여자요~”

“아~ 내 여동생. 근데 그게 왜 그렇게 궁금한 건데?”

수도원장의 반문에 얼굴이 벌게져서 어쩔 줄 몰랐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의 일에 지나친 관심을 갖는 것은 자기 일에 마음이 없을 때 그렇다고 합니다.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