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한 생명 키우는데 온 교회가 필요하다

입력일 2022-02-22 수정일 2022-02-22 발행일 2022-02-27 제 3283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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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생명의 임신과 출산, 양육. 부모나 가족들의 힘만으론 버거울 때가 왕왕 있다. 하물며 미혼모가 홀로 아이를 키우고 경제활동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야말로 두렵고 막막한 순간들이 넘쳐난다. 그럴 때 ‘혼자가 아니다’라는 위로를 안겨주고 경제적 안정을 찾을 때까지 생활비 일부를 꾸준히 후원해 주는 이웃을 만난다면, 그 어머니와 아이의 삶에는 새로운 희망이 채워진다.

서울대교구가 교구장 직속 생명위원회 산하에 미혼부모기금위원회를 두고 후원금을 전달하는 활동은, 미혼부·모가 낙태나 입양을 하지 않고 생명을 살리고 가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모범이 되고 있다. 교회가 펼치는 생명수호운동이 구호를 외치는데 머무르지 않고 구체적인 지원으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3년마다 실시하는 국가 승인 통계의 하나인 2020 가족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돌봄기관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 어머니가 영유아 자녀를 돌보는 비율은 87.4%였다. 미혼모가 경제 활동까지 하면서 혼자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그야말로 어려운 일임을 가늠할 수 있는 통계다. 조사 결과, 지원 요구가 가장 높은 정책 또한 한부모 가족 지원(70.7%)을 필두로 미혼부·모 가족 지원(61.3%)이었다.

생명을 살리는 정책에는 그 부모들이 절대빈곤층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돕는 활동이 포함돼야 한다. 정부 정책과 지원이 미흡한 상황, 그러한 지원에서조차 소외된 미혼부·모들을 찾아 돌보는 교회의 역할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사명이다. 서울대교구 미혼부모기금위원회 운영을 디딤돌 삼아 각 본당공동체가 지역네트워크를 형성, 더욱 가까이에서 미혼부·모의 자립을 돕고 아이 양육하는데 힘이 되는 지역 돌봄 인프라 구축 활동 또한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