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내리신앙 깊어가는 믿음] (26) 누구 동생으로 불리기 싫어 성당 가기 싫다는 아이

조재연 비오 신부(햇살사목센터 소장)
입력일 2022-02-15 수정일 2022-02-15 발행일 2022-02-20 제 3282호 15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발달에 따라 변화하는 형제자매 관계
심리적 독립 추구하는 초기 청소년기

각각을 독립된 개인으로 인정하고
공동체 생활 중 활동 반경 겹치더라도
각자 활동과 관계 존중하도록 도와야

“며칠 전 자기만 보면 자꾸 형이랑 연관 짓는 사람들 때문에 성당 다니기 싫다는 둘째의 말을 듣고 당황스러웠습니다. 둘이 두 살 터울인데 차분하고 신중한 성품의 둘째가 어딜 가나 인기가 많은 형을 잘 따르기도 하고, 첫째도 동생을 잘 챙겨서 둘이 주일학교 생활도 잘하고 있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둘째가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니… 우선 둘째를 달래긴 했지만,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우애 깊은 형제자매는 평생의 둘도 없는 벗이 됩니다. 돌아가신 김수환 추기경께서도 형님 김동한 신부님을 당신 일생의 가장 소중한 벗으로 꼽으셨습니다. 소신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한시도 떨어진 적 없었다는 형님은 평생 동생을 많이 사랑해 주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동생이 추기경이 되자 행여나 불편을 끼칠까 봐 일부러 피하시며 결핵 환자를 돌보는 사목에만 매진했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추기경께서는 그런 형의 착한 성품과 좋은 성적, 깊은 신앙 모두 당신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노라 여러 차례 나누어 주셨지요. 이처럼 좋은 형제자매 관계는 서로를 북돋는 소중한 자양분이 됩니다.

그런데 좋은 형제자매 관계는 자연히 생겨나지 않습니다. 자녀들이 서로 좋은 관계를 맺도록 돕기 위해서는 발달 단계에 따라 형제자매 관계도 점차 변화한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관계가 취약해질 수 있는 시기에는 부모가 적절히 개입하여 서로를 포용하고 협력하며,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익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영유아기에는 자신의 형제자매를 부모의 관심을 나누어야 할 경쟁자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첫째에게 동생의 출생은 상당한 심리·정서적 부담으로 다가오지요. 하지만 가족들이 변화에 적응하도록 돕는다면 차츰 서로를 좋은 친구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아동기에 들어서면 학교생활을 비롯한 일상을 공유하며 형제자매와 동료의식을 형성합니다. 그리하여 서로를 부모에게 이야기할 수 없는 주제까지도 나눌 중요한 조언자로 여기게 됩니다.

그러다가 초기 청소년기에 이르러 각자 심리적 독립을 추구해 나가기 시작하면 친밀감은 감소하고 갈등은 증가합니다. 특히 학교, 성당 등에서 활동 반경이 겹칠 때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역동까지 더해져 가정 내에서의 갈등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기도 하지요. 다음의 10가지 계명은 형제자매가 공동체의 다양한 관계 안에서 서로를 포용하며 성숙해지도록 돕기 위해 부모와 공동체의 지도자가 기억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줍니다.

1) 형제자매라 할지라도 그들이 서로 비슷할 것이라고 치부하지 말고 각자의 공간, 관계, 취향, 감정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주고 배려해야 합니다.

2) 형제자매 각각을 독립된 개인으로 인정하고, 각자에게 형제자매의 일을 묻거나 형제자매에게 있었던 사건을 연결 짓지 않아야 합니다.

3) 아이들 또한 공동체 생활 중에 형제자매 각자의 활동과 각자가 맺는 관계를 존중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4) 때때로 자신의 형제자매가 누군가와 갈등하는 관계에 놓였을 때 자신의 형제자매와 정서적으로 동일시하여 자신과의 관계와는 상관없이 상대를 부정적으로 여기는 일이 없도록 형제자매의 관계와 자신의 관계를 분리할 수 있게 도와야 합니다.

5) 공동체 안에서 형제자매를 비교하거나 편을 갈라 경쟁 관계로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6) 서로의 강점을 북돋고 약점은 보완할 기회를 자주 제공해야 합니다.

7) 큰 아이에게 당연하게 동생에 대한 책임을 맡기면 안 됩니다. 그렇게 하면 큰 아이에게는 원치 않는 책임을, 작은 아이에게는 손위 형제에게 종속된 듯한 마음을 줄 수 있습니다.

8) 자신이 형제자매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일 때, 다른 이들도 나의 형제자매를 존중한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합니다.

9) 형제자매가 늘 친밀할 수는 없으며 갈등의 시간도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하고, 때로는 그들 스스로 갈등을 해결해 나가도록 기다려주어야 합니다.

10) 형제자매 간의 갈등은 불공평하다고 느낄 때 생겨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평하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아이들 또한 매 순간 완벽하게 공평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게 도와야 합니다.

형제자매는 숙명의 라이벌이기도 하지만 부모보다 오랜 시간 함께 살아갈 벗이며 동반자입니다. 이들이 공동체 안에서 서로 존중하는 법도 배우고 갈등을 맞아 함께 해결해 보기도 하면서 좋은 관계로 성숙해나갈 기회를 제공해준다면, 이들은 다가올 삶의 우여곡절 속에서 서로 보듬으며 친밀한 우애로 일생을 함께 걸어갈 더 없는 친구로 성장해 나갈 것입니다.

조재연 비오 신부(햇살사목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