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자원봉사의 기쁨

박귀찬(미카엘·대구대교구 삼덕본당)
입력일 2022-02-15 수정일 2022-02-16 발행일 2022-02-20 제 3282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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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60대 중반에 아내 수산나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막내딸 요안나와 같이 살면서 취미로 악기를 배우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어떤 악기를 선택할 것인지 고민하던 중, 대중가요와 잘 어울리는 아코디언을 배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60대 중반이 넘은 나이라 걱정이 되었습니다. ‘지금이라도 배울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주춤했지만 일단 도전해 보고 난 뒤 판단하면 된다 싶었습니다.

아코디언 기초 연주법을 배우고, 2008년 5월부터 왜관 분도 노인마을에 자원봉사를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아코디언의 음색은 듣는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악기입니다. 그래서 흘러간 노래를 좋아하는 나는 이 악기를 선택했습니다.

왜관 분도 노인마을은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소속입니다. 이곳에는 남녀 어르신 약 40명이 계십니다. 왜관수도원이 지역사회 소외된 어르신들께 안정된 생활이 제공될 수 있도록 수도자와 함께 노년을 보내기 위해 만든 어르신 공동체입니다. 이곳은 80대에서 90대가 대다수입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특히 노래를 좋아하셨습니다.

이곳의 한 할머니는 마이크를 잡으면 놓을 줄 몰라 하셨습니다. 음악 연주가 시작되면 꼭 2~3곡의 노래를 부르셨습니다. 나이가 들어 기력이 없는데도 노랫소리는 가슴을 타고 흐릅니다. 음정이 맞고 안 맞고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노래 부르는 이의 한과 가사가 어울리면 그것이 부르는 이의 인생을 노래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두에게 감동이 전파되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중 한 할머니는 내 손을 꼭 잡고 “노래 부르면 스트레스가 싹 풀려요. 매월 박 선생님이 오시는 날을 기다려져요”라고 합니다. 나는 이곳에 갈 때 먹을 것을 가지고 갑니다. 바나나와 밀감을 가지고 갑니다. 한 할머니는 이렇게 말을 합니다. 그냥 와도 되는데 간식까지 챙겨 준다며 고마워하고 아주 즐거워하셨습니다.

끝날 무렵이면 나도 마지막으로 노래 한두 곡을 부르고 마칩니다. 몇몇 할머니는 손을 꼭 잡으면서 이 늙은이들을 위해 찾아와주어 고맙다고 하시는데, 이때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이곳 수사님은 연말이 오면 새해 달력도 주시고 소시지도 간혹 주시고 마주앙 와인도 선물로 주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머니처럼 푸근하고 정이 깊은 수사님입니다. 봉사가 끝이 나면 감사하다고 인사하며 악기가 무겁다고 직접 들고 자동차에 실어주시는 분이십니다.

나는 자원봉사를 하면서 많은 것을 생각했습니다. 내가 그분들께 줄 수 있는 것은 나의 시간을 할애한 것 밖에 없는데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받고 있었습니다.

박귀찬(미카엘·대구대교구 삼덕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