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한국외방선교회(상)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2-02-09 수정일 2022-02-09 발행일 2022-02-13 제 3281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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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로

설립자 최재선 주교(뒷줄 가운데)의 1950년대 모습.

외국인 선교사의 도움으로 양적, 질적인 성장을 일군 한국교회는 그동안 받았던 도움을 나누기 위해 1970년대에 이르러 한국인 선교사 파견을 논의한다. 이에 주교회의는 1974년 외방선교회 설립준비위원회를 구성, 외방선교회 설립을 구체화했다. 1975년 2월 26일 주교회의는 한국외방선교회 설립을 정식으로 의결하고, 설립자에 최재선(요한) 주교, 초대 총재에 정진석(니콜라오) 주교를 임명했다.

한국외방선교회의 설립에는 ‘형제적 나눔’을 실천코자 한 최재선 주교의 뜻이 큰 영향을 미쳤다. 1973년 9월 부산교구장직을 사임하고 같은 해 11월 교황청 포교 연맹 한국지부장에 임명된 최 주교는 한국외방선교회를 태동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들을 수립한다. 평소 성소의 빈곤을 호소하는 세계교회의 요청에 부응해 우리 교회가 그들과 형제적 나눔을 실천해 ‘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 로 성숙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외국의 형제들로부터 많은 물직적·영성적 도움을 받아 오늘날의 교회로 성장한 한국교회가 이제는 과거에 받은 도움에 감사하고, 그 감사에 대한 보은으로 어려움 속에 있는 해외의 형제자매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질적 성숙을 지향할 시기가 되었다는 최 주교의 생각은 한국외방선교회의 비전 수립에 반영됐다.

한국외방선교회의 목적은 복음화 활동이 필요한 곳이면 세계 어디에든지 그 지방 교구장의 선교와 사목협조요청에 따라 기쁜 마음으로 봉사할 한국 선교사를 양성ㆍ지도하는 데 있으며, 특히 궁극적인 선교지 목표를 북한과 중국 침묵의 교회로 삼았다. 또한 한국 순교선열들의 영성을 핵심 가치로 따르는 한국외방선교회는 창조적이고 적극적이며 개혁적인 선교활동을 지향한다.

또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며 한국외방선교회가 창립됨으로써 비로소 한국교회는 성소 빈곤을 호소하는 세계교회의 요청에 능동적으로 부응하게 됐고, ‘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로 전환하게 됐다는 점은 한국교회 역사 안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1976년 3월 1일에는 전국에서 선발된 대신학생 16명, 소신학생 33명으로 신학원이 정식으로 개원됐다. 신학원의 초대 지도신부로는 이홍근(바오로) 신부가, 1979년 2월에는 초대 원장으로 길홍균(이냐시오) 신부가 부임해 선교 사제 양성을 위해 힘을 쏟았다. 같은 해 4월에는 김남수(안젤로) 주교가 제2대 총재로 선임됐으며 7월에는 한국외방선교회 후원회가 창립돼 자립 단체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