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 짜증은 내어서 무엇하나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입력일 2022-02-08 수정일 2022-02-08 발행일 2022-02-13 제 3281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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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의 원인을 남 탓으로 여기며
부정적 감정에 갇혀 사는 이들은
주변 사람들도 피할 수밖에 없어

인생을 즐겁게 만드는 일들 찾아
풍요로운 경험 갖도록 노력해야

가끔 들러보는 봉쇄수도원이 있습니다. 들어가면 밖으로 나올 수 없고 그 안에서 모든 것을 다 해결해야 하는 수도원입니다. 수도자들은 철창 사이로 만나야 합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늘 웃고 산다는 것입니다. “답답하고 우울하지 않으세요?”하고 물으면 수녀님들은 “사회생활하는 사람들이 더 답답해 보이고 불쌍해 보인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수녀원에는 세상 살기 힘들다고 하소연 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봉쇄생활을 하는 분들을 답답하다 하지만 밖에서 사는 우리들도 답답한 삶을 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늘 만나는 사람들만 만나고 늘 하던 일만 하고 사는 우리들도 어떤 의미에는 봉쇄생활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수도자들은 즐거운데 밖에서 사는 사람들은 왜 더 우울하고 짜증을 내며, 사는 것을 즐기질 못할까요? 짜증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왜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즐겁게 안 해주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일종의 공주병이지요. 이 바쁜 세상에 누가 나를 즐겁게 해주려고 할까요. 자기가 알아서 할 일이지요.

제가 아는 할머니 한 분이 있습니다. 늘 그 집에 손님들이 들락거립니다. 어떻게 늘 사람들이 드나드느냐고 묻자 비법을 알려주십니다. 점심상을 차려놓고 놀이판을 깔아놓고 실컷 놀고 가라고 초대를 한답니다. 사람들이 오는 것이 즐겁다고 했습니다. 지혜가 돋보인 분이셨습니다.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구분이 됩니다. 일단 기대되고 배우고 싶은 사람과 격의 없이 대화하면서 의견을 나누고 싶은 사람, 그리고 재미있게 놀면서 속을 풀 수 있는 사람, 마지막으로 그냥 옆에 있어도 편안한 사람. 이런 사람들은 친구나 지인으로 두고 싶은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많을수록 심리적으로 풍요하고 건강해집니다.

반대로 진상인 사람들의 경우도 있습니다. 옆에 있으면 불편한 사람, 왜 안 갈까 조바심 나게 하는 사람,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거나 자기 말만 늘어놓아서 피곤한 사람, ‘저거 인간되려면 멀었네’하는 느낌을 주는 사람, 마지막으로 저런 걸 누가 데려갈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사람입니다.

짜증이 심할수록 아래로 내려가고 자기 인생을 즐겁게 살려고 노력할수록 위로 올라갑니다. 즐겁게 살기 위한 목록을 만들어보시길 바랍니다. 시간이나 비용을 따져 가장 적은 비용과 짧은 시간으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것부터 고비용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까지 목록을 만들어보세요. 많을수록 좋고 만들면서 즐거워집니다.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