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아시아 공공신학」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2-02-08 수정일 2022-02-08 발행일 2022-02-13 제 3281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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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릭스 윌프레드 외 8명 지음/황경훈 옮김/232쪽/1만9000원/분도출판사 

교회만의 소유물 아닌 모두를 위한 ‘신학의 공공성’ 짚어
신학은 오랫동안 ‘종교적인 것’만을 위해, 또 교회를 이끌고 신학교에서 가르치도록 정해진 이들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인도 푸네 자나디파 비드야피트 신학교 이블린 몬테이로 교수는 “이러한 이유로 가톨릭 신학은 공공 생활 및 시민사회와 단절됐고, 그 결과 교회도 공공 문제와 예언자적 사명으로부터 거리를 두게 됐다”고 진단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등장한 ‘공공신학’의 개념은 신학의 이러한 측면을 개선하고자 하는 움직임에서 시작됐다.

1981년 처음 이 용어를 사용한 미국의 루터파 신학자 마틴 마티는 “공공 교회가 정의와 정의로운 사회에 대해 깊은 종교적 통찰로써 기존의 사회적 관행과 문화적 이해를 검토하고 비판할 때 공공신학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미국 사회의 인종 차별에 맞서고, 카를로스 필리페 씨메네스 벨로 주교가 분쟁으로 고통받는 동티모르인에게 평화와 안정을 이루라고 요청한 일 등은 공공신학을 수행한 것이다.

이처럼 공공신학의 뿌리에는 세상 속에서 하느님의 다스림을 해석하고 실천하는 일이 오늘날 그리스도 신앙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자각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 가톨릭교회에 공공신학의 전망이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은 불과 10여 년 전이다. 2011년 10월 ‘세계화의 도전과 아시아 신학의 미래’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는 인도 ‘문화와 종교 대화 연구소’ 소장, 신학대학 교수, 윤리학 교수, 사회학 교수 등 각계의 전문가가 참여해 공공신학적 응답을 시도했다. 「아시아 공공신학」은 주변화된 아시아인의 입장에서 신학의 공공성을 다각적으로 분석하며 새로운 실천신학을 모색한 포럼의 내용을 한데 엮은 책이다.

사회학적 관점에서 아시아 공공신학을 논한 인도 뭄바이 공과대학 로웨나 로빈슨 교수의 논문을 비롯해 인도 첸나이 아시아 문화 연구 센터 펠릭스 윌프레드 소장이 설명하는 ‘공적 삶을 위한 신학’과 ‘공공신학’의 차이점도 책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사회학 교수이자 풀뿌리 페미니스트 활동가인 가브리엘레 디트리히는 공공신학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오늘날 세계의 동향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여러 모순을 파헤친다. 디트리히는 공공신학이 민중운동과 긴밀한 연대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며, 공공신학은 국가의 사회구조 안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끝으로 몬테이로 교수는 아시아 교회를 위한 공공신학의 범위와 아시아 교회가 직면해야 할 사회·정치적 문제들이 무엇인지 제시한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