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서천동본당 중고등부 ‘단비’, 양로원 ‘아녜스의 집’에 기부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22-01-25 수정일 2022-01-26 발행일 2022-01-30 제 3280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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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더 외로운 어르신들께 웃음 드리고 싶었어요”
방문 봉사 하지 못하는 대신
직접 레몬청 만들어 판매

1월 15일 김영주 신부(왼쪽)와 본당 관계자들이 기금 전달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서천동본당 제공

제1대리구 서천동본당(주임 김영주 니코메디아의 베드로 신부) 자원봉사 동아리 청소년들이 코로나19로 오랫동안 방문하지 못한 주거 복지시설 어르신들을 위해 레몬청을 직접 제작, 판매하고 기금을 만들어 전달했다.

지난 1월 15일 수원 천천동의 여자 어르신 주거 복지시설(양로원) 아녜스의 집(원장 김은미 엘리사벳 수녀)에서 김영주 신부를 비롯한 본당 관계자들은 ‘대건청소년회 서천동본당 중고등부 동아리 단비’(회장 김재헌 미카엘, 지도교사 김동희 가타리나, 이하 단비)가 조성한 기금 113만8000원을 전달했다. 성금을 받은 어르신들은 감사의 뜻으로 직접 만든 인형 30개를 선물했다.

단비와 아녜스의 집은 2015년부터 인연을 이어왔다. 청소년들은 매달 봉사 활동을 하며 어르신들과 낯을 익혔다.

이번 기금 전달은 청소년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준비한 점에서 뜻깊다. 매월 봉사 활동으로 만나던 어르신들을 잊지 않고 ‘그분들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는 취지도 훈훈하다. 성탄을 준비하며 작업에 착수한 청소년들은 지난해 12월 5일부터 매주 토요일 저녁 중고등부 미사 전후로 3주 동안 모였다. 레몬을 씻고 자르고 병을 소독하고 설탕에 재우는 모든 과정을 직접 맡아 했다.

코로나19로 미사 외에는 특별한 활동이 거의 없었던 이들에게 이 자체는 큰 활력이 됐다. 무엇보다 ‘어르신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한다’는 기쁨이 좋은 동기였다. 시험 기간이 겹쳤음에도 참여도가 높았던 점이 이를 반영한다. 청소년들은 주님 성탄 대축일 전야 미사 후 이를 모두 팔았다.

기금 전달 현장에서 어르신들이 인형 30개를 선물한 모습은 ‘봉사가 단순히 무언가를 남에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더 큰 기쁨과 보람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청소년들이 다시 한번 깨닫는 기회가 됐다.

전달식에 함께한 김재헌(18)군은 “레몬을 씻고 자르는 것도 힘들었고, 판매하는 날 날씨가 너무 추워서 고생스러웠지만 어르신들을 위한 일이어서 참을 수 있었다”며 “아녜스의 집 수녀님과 선생님들이 반가워해 주셔서 감사하고 뿌듯했는데, 코로나19 상황이 빨리 끝나 다시 봉사활동을 하러 가고 싶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웃고 떠들며 능동적으로 레몬청을 만드는 모습은 본당 공동체에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김영주 신부는 “어르신들을 기억하며 레몬청을 준비하고 판매하며 내내 즐거워하던 장면들이 생각난다”며 “앞으로의 삶에 어려운 일이 있겠지만 아이들이 늘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녜스의 집 어르신들에게 전달할 성금 마련을 위해 레몬청을 만드는 청소년들. 서천동본당 제공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