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교황, 평신도 여성에 첫 독서직·교리교사직 수여

입력일 2022-01-25 수정일 2022-01-26 발행일 2022-01-30 제 3280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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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유학생 김나영씨 포함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 구현

프란치스코 교황이 1월 23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봉헌된 미사 중 독서직을 받은 평신도 여성에게 성경을 건네주고 있다. CNS

【바티칸 CNS】 프란치스코 교황이 처음으로 평신도 여성에게 독서직과 교리교사직을 수여했다. 전례학자들과 신학자들은 이와 같은 교황의 행보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구현하는 것으로 ‘때늦은 감’이 있지만 매우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교황은 하느님의 말씀 주일인 1월 23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봉헌된 미사 중 8명씩 모두 16명의 남녀 평신도에게 독서직과 교리교사직을 수여했다. 특히 이날 직수여식을 통해 교황청립 그레고리오 대학교 신학부 3학년에 재학 중인 한국인 유학생 김나영(심포로사·38)씨를 비롯해 6명의 여성에게 독서직을, 3명의 여성에게는 교리교사직을 수여했다.

전례학자인 리타 페로네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는 평신도의 직무와 관련해 많은 ‘창조적’ 노력이 있었지만, 의사결정 권한을 지닌 사람들 안에서의 혼란과 애매함으로 인해 시작 단계에서부터 실현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8년 성경을 주제로 한 세계주교시노드에서는 남성과 여성 평신도 모두에게 독서직을 수여하자는 제안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지만, 당시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은 이 제안을 구체화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실시되지 않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월 11일 자의교서 「주님의 성령」(Spiritus Domini)을 반포, 교회법 230조 1항을 수정했다. ‘남자 평신도’뿐만 아니라 여성을 포함한 모든 ‘평신도’가 독서직과 시종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결정에는 이미 전 세계 많은 나라의 교회에서 여성이 남성과 함께 전례 안에서 독서직에 참여하고 있는 현실이 반영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독서직을 받은 이들에게 “여러분은 전례 안에서 말씀을 선포하고 어린이와 성인들을 신앙으로 가르치며, 그들이 바르게 성사를 받을 수 있도록 준비시킬 것”이라며 “여러분은 또한 아직 구원의 메시지를 받지 못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또 교리교사직을 받은 3명의 여성과 5명의 남성 평신도들에게 “여러분은 복음을 전하기 위해 바오로 사도와 다른 사도들을 도왔던 남녀 평신도들의 모범을 따라 사도적 열정을 뜨겁게 살아가도록 불리웠다”고 권고했다.

교황은 독서직 수여자들에게는 성경을, 교리교사직 수여자들에게는 성 바오로 6세 교황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목장 위 십자가를 본 떠 만든 십자가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