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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세례 축일 특집] 팬데믹 시대, 예비신자 교리와 새 신자 사목은?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2-01-04 수정일 2022-01-05 발행일 2022-01-09 제 3277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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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맞춤형 교리교육… 공동체 관심 속에 ‘인격적 만남’ 도모
1대1 혹은 1대2 과외식으로 수요자 중심의 교리반 운영
세례 후에도 재교육·순례 등 신앙생활 이어가도록 힘써

지난해 12월 19일 전주 서학동본당 주임 이원재 신부가 세례식을 주례하고 있다. 전주 서학동본당 제공

코로나19 확산으로 예비신자 교리가 중단되고 영세자 수가 급감했다. 빨간 불이 켜진 예비신자·새 신자 사목,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팬데믹 속에서도 예비신자·새 신자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본당들로부터 그 비결을 들어봤다.

■ 주목받는 개인적(personal) 교리

전주 서학동본당(주임 이원재 마르코 신부)은 지난해 12월 19일 세례식에서 10명의 새 신자를 맞이했다. 이 본당은 전입보다 전출이 더 많은 지역을 관할하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본당사목 활동 전체가 침체 된 상황. 그런데 지난해보다 영세자 수가 늘어났다. 지금도 세례를 준비하는 예비신자 교리반을 운영하고 있어 올해 꾸준히 새 신자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대면 활동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어떻게 예비신자 교리반을 운영했기에 새 신자가 늘어났을까. 본당은 그 이유를 예비신자 개개인의 상황에 맞춘 입교자 관리에서 찾는다.

지난해 12월 19일 전주 서학동본당 주임 이원재 신부가 세례식을 주례하고 있다. 본당은 예비신자 개개인의 상황에 맞춘 교리교육으로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더 많은 새 신자를 배출했다. 전주 서학동본당 제공

본당은 정해진 시간과 기간에 예비신자 교리반을 운영하지 않는다. 입교를 원하는 이들이 올 때마다 또 개인마다 맞춤형으로 교리교육을 지원한다. 직업이나 상황에 따라 교리교육 날짜나 전체 교리 기간도 조절하고 있다. 특히 본당 신부와 수녀가 1대1, 혹은 1대2로 교리교육을 진행, ‘교리반’이라기보다는 ‘교리 과외’라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다.

과외처럼 교리교육을 하다 보니 교육 중 예비신자가 질문을 하는 빈도가 눈에 띄게 늘었을 뿐 아니라 교리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졌다. 본당 신부·수녀와 새 신자 간 관계 또한 더욱 친밀해져 세례 이후에도 본당과 새 신자 간 관계가 유지됐다.

이원재 신부는 “1~2명 정도씩 모여 교리교육을 하니 방역수칙을 지킬 수 있어 예비신자들이 느낄 걱정을 덜 수 있고, 한 분 한 분의 눈높이에 맞춰 교리를 준비할 수 있어 좋았다”면서 “세례를 받은 신자들이 늘어나는 것이 본당 공동체 분위기 쇄신에도 도움이 되고 새로운 바람을 불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전체 사목에서 예비신자 교육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수원교구 안양 호계동본당(주임 최영균 시몬 신부)도 다양한 교리방식을 개인의 상황에 맞게 적용해 예비신자 교리반을 운영, 호응을 얻고 있다. 역시 본당 신부와 수녀, 선교분과장이 예비신자를 1대1로 관리하고 있다. 2~3명씩 묶어 과외처럼 교리반을 운영하기도 하고, 어르신 등을 위해서는 가정방문 교리도 진행한다. 병원, 대기업 등 직장의 규정으로 종교모임 참석이 불가한 사람들을 위해서는 동영상이나 책을 활용한 교리교육도 한다. 기존에 다른 곳에서 교리교육을 받았지만, 출결 등 규정 때문에 세례를 받지 못한 이를 위해 맞춤형 보충교리를 해주기도 했다.

방식은 다양하지만 예비신자와의 면담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그 예비신자 한 사람을 위한 최선의 교리교육을 고민한 결과다.

최영균 신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사람들의 개별성이 엄격하게 드러나고 개인의 조건과 특성이 중요시됐다”고 개인적으로 접근하는 교리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최 신부는 “코로나19 이후에는 사목도 ‘밥상을 차려놨으니 와서 먹어라’라는 식의 기존 방식에서 탄력적으로 변해야 한다”면서 “한 사람을 위해서 공동체가 고민하고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예비신자 지원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수원교구 안양 호계동본당 정혜선 교리교사(왼쪽)가 1월 2일 예비신자 가정을 방문해 교리를 하고 있다. 호계동본당은 다양한 교리방식을 개인의 상황에 맞게 적용해 예비신자 교리반을 운영, 호응을 얻고 있다. 수원교구 안양 호계동본당 제공

■ 피어나는 인격적(Personal) 만남

춘천교구 홍천 내면본당(주임 서범석 도미니코 신부)은 전국적으로 영세자 수가 뚝 떨어졌던 2020년, 오히려 영세자 수가 전년 대비 150% 늘어나는 쾌거를 이뤘다. 주일미사 참례자 수 100여 명에 불과한 산골 본당에서 영세자가 5명이나 난 본당의 비결은 앞서 두 본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소수 인원을 대상으로 본당 주임신부가 직접 교리교육을 진행했고, 무엇보다 본당 신자들이 예비신자들과 친밀하게 인격적인 만남을 이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본당 사무장 김미선(헬레나)씨는 “영세자 수 자체가 적긴 하지만, 예비신자가 1명만 나와도 온 본당 신자들이 자신의 일처럼 기뻐한다”면서 “신자들이 평일미사에 나와 보라 권하기도 하고, 묵주와 기도서를 선물하며 기도하자고 하는 등 일상생활 속에서 편안하게 스며들 듯 다가가며 신앙을 접할 수 있도록 한다”고 본당 신자들이 예비신자를 받아들인 모습을 설명했다.

각각 예비신자 개인을 존중하는 ‘개인적 교리’를 운영하는 사목자들은 이 교리 방식이 “‘인격적 만남’을 형성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예비신자 교리교육 기간 중 형성한 인격적 만남은 새 신자들이 신앙생활에 또한 본당 공동체 생활에 정착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본당 신자들과 예비신자들의 인격적 만남의 중요성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부들도 강조한 바 있다. 공의회 교부들은 “그리스도교 입교는 세례 준비기에 교리교사들이나 사제들만이 아니라 신자 공동체 전체가, 특별히 대부·대모들이 돌보아야 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예비신자들은 처음부터 자기가 하느님의 백성에 소속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선교교령」 14항)

비대면으로 예비신자 교리를 운영하다가 지난해 11월부터 다시 대면 교리로 전환한 서울 청담동본당 주임 김민수(이냐시오) 신부는 “예비신자에게는 우선 만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신부는 “새 신자가 계속해서 성당에 나오는 비율이 코로나19 이전에도 18%, 5명 중 1명이었다”며 “세례받고 신앙생활을 이어서 잘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를 위해 옆에서 도와주고 소통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대전교구 김재덕(베드로) 신부는 지난해까지 대전 대화동본당에서 사목하면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전년 대비 주일미사 참례자 수 97%를 유지하는 데 힘을 보탰다. 대화동본당 사목 중 새 신자 5명 중 4명이 신앙생활을 이어나갔다는 점이 돋보였다.

김 신부가 말하는 비결도 ‘인격적 만남’이다. 김 신부는 교리가 끝나면 “사제관에서 커피 한잔 하자”고 초대하기도 하고, 세례 후에도 미사에 빠지면 전화로 안부를 묻는 등 만남을 이어가고자 노력했다.

김 신부는 “예수님이 사람을 찾아가 만났던 모습을 우리가 보여주면서 인격적으로 만나면 그 만남이 신앙을 뿌리내리는 좋은 거름이 된다”면서 “‘세례만 주고 끝’이라면 냉담률이 높아진다”고 전했다.

인격적 만남을 지속하는 모범으로 호계동본당 ‘산타페’(거룩한 믿음) 프로그램도 관심 가질 만하다. 본당은 2018년부터 새 신자를 1년 동안 밀착 관리하는 산타페로 새 신자들과의 만남을 쌓아가고 있다. 산타페는 세례받은 후에도 재교육, 성지순례 등을 실시, 함께 세례받은 신자들 사이의 친교뿐 아니라 기존 신자들과의 친교를 통해 인격적 만남을 증진하는 프로그램이다.

최영균 신부는 “한 명 한 명을 맞춤형으로 돕기 위해서는 사목자도 품이 많이 들고, 더 훈련된 봉사자들이 필요하다는 어려움도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인격적 만남 안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사목하며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해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